미국의 명상지도자 올리비아 에임스 호블리젤이 쓴 책 <내 곁에 당신>은 함께 명상을 지도하던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써내려간 내용입니다.
명상이나 참선을 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다분히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울림을 안겨준 것은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는 동안 그 당사자인 남편과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의 자세였습니다.
정신적인 의지처로 여겼던 남편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는 오솔길 수행과 문간 수행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문간 수행은 내가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 사랑하던 사람이 주검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명상하는 것인데, 문간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 죽음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죽음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설명입니다.
‘나는 죽지 않으리라’…어리석음 내려놓고
현재를 충실히 의미 있게 살기 위한 수행
좀 거부감이 일었지만 사실 이게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남들은 다 죽어도 자기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죽음에는 담담하게 “산다는 게 그렇게 죽음을 늘 달고 지낸다는 거야”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나 가족에게 그 일이 다가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라며 거부하는 것이 우리들 보통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지도론> 제22권에서는 바로 이 내 몸이 “지금 순간순간 무너지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손가락 튕기는 잠깐 동안에라도 죽지 않을 것이라 믿는 마음을 내서는 안 된다. 이 몸은 온갖 시간 속에서 죽어가고 있으니, 늙은 뒤에 죽을 것이라며 늙기를 기다리는 것도 헛된 일이다. 갖가지 근심스럽고 괴롭고 흉하고 쇠한 몸이 평온하고 안락하여 죽지 않으리라고 희망하는 믿음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몸을 믿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대지도론에서는 이 몸을 가리켜 “이 몸은 독사가 든 상자다. 지수화풍 4대가 저마다 서로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내쉰 숨을 들이킨다는 걸 어찌 보장하는가. 들이쉰 숨을 내쉬리라고 어찌 보장하는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 어찌 보장하는가. 이 몸 안팎에는 원한이 많다”라며 이 몸이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어서 조금 긴 시를 소개합니다.
어머니 태 안에서 죽는 이도 있고, 태어나자 죽는 이도 있고, / 한창 나이에 죽거나 늙어서 죽는 이도 있다.// 과일이 익으면 갖가지 인연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죽음이라는 나쁜 적을 벗어나려 애써도/ 이 도적은 믿을 수가 없으니 버리면 편안해진다.//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제 아무리 위엄 있고 덕을 쌓은 이도/ 죽음을 벗어난 자 없으니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 말을 잘 해도 거부할 수 없고 애걸복걸해도 벗어날 길 없으며/ 두 팔로 막고 쳐낸다 해도 소용없다.// 계율을 깨끗하게 지킨다 해도, 정진한다 해도 죽음을 벗어날 리 없다.// 죽음이란 도적은 연민심이 없으니 그가 다가오면 피할 곳이 없다.
이렇게 죽음이란 사건은 내 몸에 언제고 찾아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죽음을 생각하기(念死)’입니다. 내가 언제고 떠난다는 걸 염두에 두면 지금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해야만 합니다. 시간이 없거든요.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어서 빨리 죽겠다’고 생각하란 말이 아니라 나를 가장 가치 있게 살게 해주는 일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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