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든든하고 안전한 투자 보시에 대하여
초기경전은 “재물에 다섯 재난 따른다”
보시는 어떤 재난에도 줄지 않는 재물
재물, 그러니까 돈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어야 살아갑니다. 아무리 무소유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생활하는 재가자가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고, 그래서 내 가정을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건 부처님이 말린다고 해서 그만둘 수도 없으며, 부처님도 재가자의 이런 현실은 그대로 수긍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재물’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냐는 것입니다.
<대지도론>(제11권)에 들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집에 불이 났습니다. 집주인은 불길을 진압하기에 이미 늦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서둘러 집안에 들어 있던 값비싼 재물과 보석들을 끌어냈습니다. 집이야 어차피 타버렸지만 그 재물만 있으면 다시 좋은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 집주인은 고생해서 지은 집이 불에 타버리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불을 끄겠다며 허둥댔고 결국 이 사람은 화재에서 집을 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집안의 재물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불난 집은 육신과 재물의 덧없음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믿을 건 몸뚱이뿐이요, 열심히 몸을 움직여 돈을 벌지만 이 육체가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손에 쥔 재물 또한 어느 순간에 그를 배신하며 사라질 것입니다.
초기경전인 <앙굿따라 니까야>에 따르면, 재물에는 다섯 가지 재난 즉 “불에 타고, 물에 휩쓸리고, 왕이나 권력가에게 빼앗기고, 도둑에게 뺏기고, 원하지 않는 상속자에게 가는 것”의 재난이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라고 합니다.
물론 재물, 재산이 이렇게 허망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재물은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데, “재물에는 다섯 가지 공덕이 있으니, 재산에 의지해서 자신을 즐겁고 기쁘게 하고, 부모를, 처자를, 친구와 동료를, 수행자와 성직자를 즐겁고 기쁘게 한다”는 사실도 <니까야>에서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좋은 재물을 우리 곁에 오래 머물게 할 수는 없을까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니까야>에서 이렇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 재난이 도사리는 재물이 아닌, “믿음, 계행,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 배움, 보시, 지혜의 재물”의 일곱 가지 든든한 재물을 모아두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일곱 가지 재물에 ‘보시’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곱 가지 재물을 지닌 남자나 여자는 절대로 빈궁하지 않으며 인생이 공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이상, 전재성 역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인용).
<대지도론>의 불난 집 비유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전자인 현명한 사람은 재물(집)이란 그렇게 덧없이 사라질 것임을 뼛속깊이 새겨서 불에 타고 있는 건물에 미련을 갖느니 재빨리 대책을 마련합니다. 집은 불타게 내버려두더라도 현명한 주인이 서둘러 끌어내오는 ‘값진 보석’, 어쩌면 지금 불타고 있는 건물보다 더 멋지게 집을 지을 수 있게 해 줄 그 ‘재물’은 바로 ‘보시’를 비유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이렇게 불에 타게 마련인 재물과는 달리 그 어떤 재난에도 줄어들지 않는 든든한 복의 재물을 안겨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불난 집에 마음 쓰느라 진짜 재물을 하나도 건지지 못한 사람은 안쓰럽고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느닷없는 암 선고를 받거나, 청춘을 바친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알뜰살뜰 모아둔 재산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보면, 만물이 덧없다는 게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돈 벌기를 그만둘 수는 없는 게 인생입니다. 이왕 벌어야 한다면, 뼈 빠지게 번 재산을 오래 가는 쪽으로 투자해야겠습니다. <대지도론>에서 일러주는 비결이 바로 ‘보시’입니다. “큰 사람은 큰마음으로 크게 보시해서 자신을 이롭게 할 수 있지만, 작은 사람은 작은 마음으로 남을 이롭게도 못하고 자신도 보호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