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자작글

[스크랩] 가을기도

JU_LEE 2013. 9. 1. 19:19
    가을의 기도

    보잘 것 없는
    열매 남기고 떠납니다
    모진 바람 불 때면 아무도 모르게
    그만 쓰러지고도 싶었습니다.
    한 켠으로 내달렸던 마음,
    부질없는 희망
    이제 접으려 합니다
    화려했던 웃음 조용히 거두고
    영원히 푸르겠다던 오기
    땅 위에 나즈막히 떨구고
    너그러운 바람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난 여름의 그 폭풍 같던 사랑
    추억의 여운만으로도
    저는 이렇듯 빛나고 있습니다
    허나 어리석은 미련
    갖지 않게 하소서
    찬란한 햇살에 욕심
    부리지 않게 하소서
    행여 꽃 같은 님이라도
    쳐다 볼까 두려운
    물기 잃은 얼굴입니다
    소풍 나왔던 이 세상
    황홀한 빛으로 목 놓아 적시다가
    어느 시린 가을 날,
    스산한 바람 한 점에 날아가듯
    저물게 하소서
    돌아서는 뒷모습
    애달프지 않게 하소서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영상제작 : 동제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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