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미혹과 깨달음
숨거나 드러남 본래의 법
밝음과 어둠 원래 둘 아냐
존자는 법을 전해 받고 바라내국에 들어갔다. 그때 마명이라는 거사가 예배하고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인지 알고 싶습니다.”
부나야사 존자가 대답했다.
“그대가 부처를 알고져 하지만, 알지 못하는 그것이 바로 그것이니라.”
“부처도 아직 알지 못하거늘, 어찌 그것인 줄 압니까?”
“아직 부처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그것이 아닌 줄은 아는가?”
“이는 톱(鋸)의 이치입니다.”
“나의 말은 나무(木)의 이치이다.”
존자가 다시 물었다.
“톱의 이치란 어떤 것인가?”
“스님과 더불어 평등하게 나옵니다.”
마명 거사가 다시 여쭈었다.
“나무의 이치란 무엇입니까?”
“그대가 나에게 잘린 것이다.”
말끝에, 마명 거사가 활연(豁然)히 깨닫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귀의하였다. 곧바로 부나야사 존자는 거사의 머리를 깎아주고 승복을 입혀 계를 설했다. 그리고 대중을 향해 말했다.
“여기 마명은 부처님께서 이미 예언한 인물이다. 부처님이 ‘내가 열반한 후 600년 만에 마명이 나타나 숱한 외도를 굴복시키고 한량없는 사람을 제도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그리고는 마명에게 전법게를 내렸다.
미혹과 깨달음은 마치, 숨음과 드러남 같아서迷悟如隱顯
밝음과 어두움이 서로 여의지를 않네明暗不相離
이제 숨음과 드러남의 법을 부촉하나니今付隱顯法
하나도 아니고 또한 둘도 아니네. 非一亦非二
깨달음의 대화⑫-제12조 마명대사(馬鳴大士)
대사는 온갖 공덕이 수승하였기 때문에 공승(功勝)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때로 말도 감응하며 울었다 한다. 마명(馬鳴)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된 연유가 그러했다. 마명새사는 문학적 소질이 뛰어나 서사시의 형태를 빌어, 부처님 일대기인 불소행찬(佛所行讚)을 저술했다. 그리고 교리에도 해박하여 그 유명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썼다. 법륜(法輪)을 굴리던 중에 한번은, ‘가비마라’라는 외도(外道;이교도)를 만나 불가사의한 법력으로 완전히 무릎을 꿇렸다.
대사가 가비마라에게 물었다.
“네가 신통력을 다 발휘하면 어느 정도인가?”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큰 바다를 변화시켜서 아주 작은 물로 만듭니다.”
“너는 본성의 바다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
“무엇을 본성의 바다라고 하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대사가 성품의 바다를 설명해 주고는 일렀다.
“산하대지(山下大地)가 다 그것에 의하여 건립되고, 삼매와 6통(六通)이 그것으로 말미암아 발현하느니라.”
가비마라는 크게 신심을 내어서 그의 권속 3000명과 함께 출가하였다. 대사는 후일 그에게 정법안장을 부촉하였다.
숨거나 드러남이 본래의 법이요隱現卽本法
밝음과 어둠도 원래 둘이 아니네明暗元不二
이제 깨달음의 법을 부촉하나니今付悟了法
취할 것도 아니고 여읠 것도 아니네.非取亦非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