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이야기

[스크랩] 꽃잎은 저도 꽃은 지지 않는다

JU_LEE 2014. 2. 26. 22:37

보이는 현상은 사라지지만

밑바닥에 변치않는 실재 존재

작년 겨울 무렵, 어느 법조인이 퇴임식을 하는데, 퇴임사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落葉歸根).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꼭 챙겨보는 TV뉴스에서 저 말을 듣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낙엽귀근’은 6조 혜능(638~713) 선사가 열반할 때 한 말인데, 재가자가 그 말을 했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소납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터라 법조인이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미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그 내용을 <육조단경>에서 보기로 하자.

713년 7월8일 혜능이 열반에 들려고 하자, 문인들이 모였다. 대중이 슬피 울면서 좀 더 머물기를 청하자, 혜능이 말했다.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신 것도 열반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옴이 있었으니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의 이 몸도 반드시 가야 한다.”

“스님께서 지금 가시면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잎사귀가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落葉歸根). 다시 올 날을 말할 수 없으리(來時無口).”

‘낙엽’이라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 사라진다고 해서 ‘낙엽’이라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 ‘꽃잎’이 떨어졌다고 하여 꽃이 진 것은 아니다. ‘꽃잎’은 현상적인 존재로 피었다가 지는 것이지만 그 꽃잎을 떠받치고 있는 참된 실재(꽃)는 영원히 존재한다. 생멸하는 현상 속에 변치 않는 실재, 그 실재가 실상(實相)인 것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모든 존재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이다. 곧 현상은 내 마음에 투영된 세계이다. 그래서 <화엄경>에서는 ‘삼계는 탐심(貪心)으로 생겨난 것이요, 생사라고 하는 것도 마음에서 일으킨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생겨나 잠시 존재하다가 파괴되어 사라지게 되어 있다(生住異滅).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현상은 파괴되어 사라지지만 그 밑바닥에는 변치 않는 실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법화경>에서 이를 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고 하였다. 모든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열 가지로 표현하여 십여시(十如是)라고 하였다. 또한 이 실상을 공(空)이라고 하는데, 이 모두는 구마라집(鳩摩羅什)의 해석이다.

초기불교에서 실상은 연기(緣起)사상이다. 현 불교학에서는 시간적인 선후 인과 관계만 연기라고 보는데, 초기불교에서는 논리적인 상호의존의 인과 관계도 연기라고 하였다.

현 불교학에서 연기 의미가 축소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진리가 연기였고, 이 연기를 대승불교에서는 공, <법화경>에서는 제법실상인 것이다. 이 제법실상을 선(禪)에서는 부처님과 조사가 깨달은 세계를 표현하는 문구로 사용한다.

소동파는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라고 하였고, 도오겐(道元)은 “눈은 옆으로, 코는 세로로 달려 있다(眼橫鼻直)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였다.

하나 더 읽어보자. <무문관>의 저자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의 말이다. “봄에는 꽃이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고 가을에는 달이 있고, 겨울에는 눈이 있다. 망상에 사로잡히지만 않는다면 모두가 좋은 계절이다.”

한결같이 선덕(先德)들은 선적(禪的) 경지로 삼라만상 펼쳐진 그대로의 현상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소납은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대답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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