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이야기

[스크랩] 콩깍지 걷는 일 다섯 가지 관찰법

JU_LEE 2014. 6. 9. 10:25

 

청정한 계에 의해 일심 정진

몸의 다섯 가지 부정을 관찰

지와까 망고숲을 비구니 스님 한 분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수바(Subha)라는 이름을 가진 비구니 스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타나 길을 막았습니다. 이 남자는 아마 예전부터 스님을 짝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그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가사를 입고 있다니 말이 됩니까? 수행생활은 그만두고 이 향기롭고 싱그러운 숲에서 나와 즐깁시다.”

수바스님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나는 수행자입니다. 내 마음은 평온하고 흔들리지 않는데 이런 사람에게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쉬지 않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줄 아는가,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줄 아는가. 당신이 얼마나 예쁜 줄 아는가….

그의 저돌적인 애정공세를 묵묵히 듣고 있던 수바스님이 물었습니다.

“대체 내 몸 어디가 그렇게 당신 마음에 들었습니까?”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들뜬 마음으로 대답했습니다.

“어린 사슴의 눈과 같은 당신의 눈, 당신의 눈을 바라보자면 내 가슴은 마구 뜁니다. 당신의 그 기다란 속눈썹과 그 눈썹에 감춰진 청순한 눈빛은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아, 당신의 눈빛은 어찌 이다지도 아름다운가요?”

그러자 수바스님이 대답합니다.

“이 눈이 그렇게 예쁜가요? 잘 보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반했다는 이 눈, 이건 빈 공간에 눈물과 눈꼽이 끼는 자그마한 공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수바스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눈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다니 드리지요.”

스님은 자신의 눈알을 빼어서 남자에게 내밀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남자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눈알을 빼어준 스님의 행동도 행동이지만, 얼굴에서 빛나던 두 눈알이 손바닥에 올려 있는 모습에서 조금 전 그토록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매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고 사라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테리가타>에 들어 있습니다.

글쎄요. 자신의 매력을 예찬하는 남자에게 이렇게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성적 매력을 내뿜고 그 매력에 도취되고 이끌려서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세상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가 빠져드는 그 이성에의 매력이란 게 환상인 경우가 많지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대체 내가 저 남자(혹은 여자)의 무엇이 그리 좋다고 빨려들었을까.’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기하고 허무할 정도입니다. 그때는 콩깍지가 씌웠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 콩깍지를 걷으면 상대가 제대로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인다고 해야겠지요. 콩깍지를 벗겨내면 진실로 한 사람이 인간 그 자체의 소중한 생명으로 내 앞에 서 있는 걸 깨닫게 될 터입니다.

콩깍지를 걷는 일을 <대지도론>제19권에서는 다섯 가지 관찰로 설명합니다. “수행자는 청정한 계에 의하여 일심으로 정진해서 몸의 다섯 가지 부정을 관찰해야 한다. 첫째, 태어나는 곳이 부정하다는 관찰. 둘째, 종자가 부정하다는 관찰. 셋째, 자기성품이 부정하다는 관찰. 넷째, 자기모습이 부정하다는 관찰. 다섯째, 끝까지 부정하다는 관찰이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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