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늘에 태어 난다는 것은
불자들이 늘 생각해야 하는 여덟 가지(8念) 가운데 이번에는 하늘을 생각하는 것(念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해탈이요? 아이고, 무슨…. 그저 지금 행복하게 살고, 다음 생도 행복하게 사는 것, 난 이게 전부예요. 이런 바람만 품어도 그게 어딘데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탈이니 열반이니 하는 것들은 언감생심이라면서도 그래도 나름 바라는 게 있긴 합니다. 바로 ‘행복’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즐겁고 만족스럽고 기쁜 일이 쭉 지속되는 인생이지요. 그래서 부처님은 그런 사람들에게 생천(生天) 즉 하늘에 태어나는 방법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먼저 하늘은 크게 둘로 나눕니다. 욕망이 작용하는 단계(욕계의 하늘)와 욕망을 벗어난 단계(색계·무색계의 하늘)입니다. 우리들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다음 생에는 원하는 것 다 가져서 부족한 게 없고, 오래 살고,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에 딱 맞는 곳이 바로 욕계의 여섯 하늘입니다. 가장 낮은 곳의 사천왕천을 시작으로, 삼십삼천(도리천)-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이 한 단계씩 높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열반 인연이 무르익지 않은 이들을 위해
‘하늘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신화적으로 말한다면 생천은 수미산 중턱에서부터 위로 더 높이 자리한 하늘에 난다는 말이지만,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그보다는 하늘에 태어난다는 것 속에 담긴 뜻을 음미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하늘의 이름에 그 열쇠가 숨어 있습니다.
①사천왕천은 수미산 중턱에 자리했고, 동쪽은 지국천왕, 남쪽은 증장천왕, 서쪽은 광목천왕, 북쪽은 비사문천왕이라는 위대한 네 명의 신들이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이들은 악을 막고 행복을 지켜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②삼십삼천은 33명의 신들이 다스리는 나라로서, 도리천이라고도 합니다. 33이라는 숫자는 베다신화에서 ‘신은 33명’이라는 생각에서 왔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③야마천은 때를 가려서 다섯 가지 쾌락을 누리는 곳입니다. 2000년을 사는 이곳의 하루는 인간세상의 200년에 해당합니다. 전재성 박사는 야마천을 ‘축복받는 신들의 나라’라고 설명합니다.
④도솔천은 신들이 만족하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⑤화락천(化樂天)은 낙변화천(樂變化天)이라고도 부르는데, 신들이 자기가 바라는 대상을 만들어내서 스스로 즐긴다는 뜻입니다.
⑥타화자재천은 다른 신들이 만들어낸 대상을 자기가 즐겁게 누리는 곳이란 뜻입니다.
꼭 하늘이니 신이니 하는 말과 상관없이 이런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다섯 가지를 닦으시기 바랍니다. 즉, “죄와 복을 믿고, 계율을 지키고, 착한 법을 듣고, 보시를 닦으며, 지혜를 배우면 이 다섯 가지 인연으로 하늘에 태어날 수 있다”(대지도론 제22권)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하늘의 즐거움은 ‘덧없음’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에게 생천(生天)이 아니라 니르바나(열반)를 얻기를 권합니다. 그것도 지금 이번 생에 말이지요. 그렇지만 이런 경지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내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다만 열반에 들 인연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중생도 있기에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하늘을 생각하라(念天)’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런 비유로 설명합니다.
“높고 위험한 곳에 서 있던 왕자가 아래로 떨어지려 할 때 왕이 급히 사람을 시켜서 두툼한 솜이불을 바닥에 깔아 놓게 하여 왕자가 떨어져도 바닥에 살짝 닿을 뿐 죽지 않게 하는 것”(제22권)처럼, 하늘의 즐거움을 말하는 것은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중생을 위해 바닥에 솜이불을 깔아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