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인연 맺기를…
佛法 만나기도 어려운데
애써 피한다면 아쉬울 것”
부처님이 아난존자와 함께 걸식을 하러 사위성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이때 어느 가난한 할머니가 길가에 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측은하고 가련해보였던지 마음 약한 아난존자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청했습니다.
“부처님, 저 할머니에게 다가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눈에 봐도 참으로 박복한 사람 같으니 제발 저이에게 가르침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아난존자의 간절한 요청에 뜻밖의 대답을 하셨습니다.
“저 사람과는 인연이 없구나.”
부처님은 이 생의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오직 중생의, 중생을 위한, 중생에 의한 삶을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박복하기 짝이 없는 할머니를 향해 ‘인연이 없다’라고 말씀을 하시다니 참 의외입니다.
아난존자는 다시 한 번 요청했습니다. “부처님, 부처님의 그 모습과 광명을 보고 기뻐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습니까? 모쪼록 저 할머니에게 다가가셔서 깊은 인연을 맺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자의 간절한 청을 받고 부처님은 할머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처님이 할머니의 정면으로 걸어가자 할머니는 갑자기 등 돌리며 외면했습니다. 부처님은 방향을 바꾸어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또다시 등을 돌렸습니다. 동서남북 사방의 방향으로 부처님은 다가갔지만 할머니는 역시 용케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돌렸습니다. 급기야 부처님이 허공에 떠서 할머니를 내려다보면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였고, 땅에서 솟아나 고개 숙인 할머니와 얼굴을 마주치려 하면 할머니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획 돌아섰습니다.
끝내 눈도 마주치지 못한 부처님은 아난에게 물었습니다.
“보았느냐?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저 할머니와 인연을 맺을 수 있겠느냐?”(대지도론 제9권)
인연을 맺는다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인(因)이란 “이러저러한 일을 해야지” 하고 결심한 사람의 입장이고, 연(緣)이란 그렇게 결심한 사람이 일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들입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을 인(因)이라고 한다면, 취직공부와 인맥, 그리고 경기가 좋아서 기업체가 신입사원을 많이 뽑는 것 등이 연(緣)에 해당하지요. 이처럼 인과 연이 딱 맞아야 일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사람의 의지력만으로는 되지 않을 때 ‘인연이야!’라고 말하는 게 일리가 있습니다.
매우 귀한 인연을 맺는 것을 가리켜 3000년에 한번 피는 우담바라꽃을 보는 것에 비유합니다. 부처님을 만나는 것도 그 꽃을 보는 것처럼 귀하디귀한 인연의 소치인데, 대지도론에서는 이처럼 인연이 어긋나는 것을 아귀에 비유해서 “곳곳에 시원하게 갈증을 해결할 물이 넘치는데도 아귀는 그걸 마시지 못해 항상 목이 말라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탄탈로스가 등장합니다. 신을 시험하려다 그만 들통이 나서 형벌을 받게 된 인물인데, 그가 떨어진 지옥은 뜻밖에도 맑은 물이 찰랑이는 연못입니다.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뭇가지가 연못 위로 무겁게 드리워져 있지요. 그런데 탄탈로스가 목까지 차오른 맑은 샘물을 마시려 머리를 숙이면 순식간에 물이 줄어들고, 배가 고파 나무 열매를 따먹으려고 머리 위로 팔을 뻗으면 그토록 무겁게 드리워져 있던 나뭇가지들이 위로 올라가버립니다. 사람을 감질나게 할 때 이 비유를 자주 인용하는데, 대지도론의 아귀 비유를 보자니 ‘어긋나는 인연’도 탄탈로스의 비극과 같아 보입니다.
부디 저 할머니가 이렇게라도 부처님과 인연을 맺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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