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홉가지 관상법

 

깨끗하지 못함 다섯으로 관찰

인간의 몸 가장 부정하다고 봐

‘자기 몸을 깨끗하지 못하다고 다섯 가지로 관찰하라.’ 이것이 <대지도론>제19권에서 말하는 메시지입니다.

첫째, 생겨나는 곳(生處)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은, 태아가 열 달 가까이 머무는 어머니 몸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어머니 몸에 깃들어 있는 것을 “분뇨 구덩이 사이에 있는 것과 같다”라고까지 말합니다.

둘째, 종자(種子)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성관계를 가질 때 각각 정자와 난자를 배출하여 수정하는 과정에 아기의 식(識)이라는 종자가 깃드는데, 이런 모든 것들은 인간의 피와 골수와 열로 인해서 발생하게 된 것으로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셋째, 자기 성품(自性)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은, 인간의 몸이란 것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얇은 가죽으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온통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제 아무리 고급스런 옷을 입고 향기로운 목욕비누로 샤워를 하고 꽃과 향으로 치장하고 달콤한 음식으로 제 몸을 호사시킨다 해도 하룻밤만 지나면 몸속으로 들어간 것은 전부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변하고 만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말입니다. 인간의 몸이 지니고 있는 속성이 모든 것을 얼마나 쉽게 부패시키는지, 설령 하늘의 옷을 입고 하늘의 음식을 먹는다 해도 그조차도 하룻밤만 지나면 더러워지거늘 인간의 옷과 인간의 음식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넷째, 자기 모습(自相)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은, 인간의 몸에 있는 아홉 개의 구멍에서는 늘 더러운 것이 흘러내린다는 말입니다. 아홉 개의 구멍은, 두 눈, 두 콧구멍, 두 귀, 입, 요도와 항문입니다. 아무리 맑고 보석처럼 빛나는 눈이라 해도 눈곱이 끼고 눈물이 흐르고, 귀에서는 귀지가,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침이 흐르고, 대소변이 우리 몸에서는 쉴 사이 없이 흘러나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줄줄 새는 가죽주머니”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섯째, 마지막까지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은, 사람이 죽으면 그 육신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즉, 화장하려고 불에 던지면 이내 재가 되어버리고, 죽은 뒤에 잘 거두지 않으면 벌레가 먹어서 똥이 되고, 땅에 묻으면 썩어서 흙이 되며, 물에 넣으면 불어터지거나 물에 사는 생물에게 먹힙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돌보고 온갖 영양분과 향수와 옷으로 치장하던 육신이건만 죽고 나면 이렇게도 끔찍하게 배신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결국에는 다 시신이 되지만 <대지도론>에 따르면 인간의 몸이 가장 부정하다고 하는데, 인간의 사체가 부정하다고 관하는 것으로 아홉 가지 관상법이 있습니다.

<대지도론>제21권에도 등장하는 아홉 가지 관상법(九相)은 시체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脹相), 뭉그러지는 모습(壞相), 피고름이 땅에 스미는 모습(血途相), 시신이 곪아서 고름이 터져 흐르는 모습(膿爛相), 피가 썩어 피부가 푸르딩딩한 모습(靑相), 벌레나 동물이 시체를 갉아 먹는 모습(相), 시신의 뼈와 근육이 흩어지고 사지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散相), 살이 다 썩어서 사라진 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모습(骨相), 시신이 불에 타는 모습(燒相)입니다.

육신에 대한 <대지도론>의 설명을 읽다가 문득 내 몸을 가만히 어루만져 봅니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향긋한 바디크림을 듬뿍 발라서 매끄럽고 향긋한데, 이 살결 아래에 있는 것들이 몸 밖으로 나오면 우리는 진저리를 치고, 또 이 몸뚱이는 끝내 아홉 가지 모습을 보이다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좀 허무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부정하다고 강조하는 데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 테지요.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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