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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수행기

[스크랩] 법산스님 법회 법문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은 지난 2월15일 서울 조계사 일요법회에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며 “예쁜 것은 예쁜 그대로, 울퉁불퉁 한 것은 울퉁불퉁한 그대로를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을 잘 관찰해야 한다”고 법문했다. 이어 “마음의 때를 다 씻어버리고 뜻을 고요히 가라앉혀 마음을 잘 길들이는 빛나는 사람이 되자”며 “초봄의 향기를 잔뜩 머금고 일 년 내내 열심히 정진하는 대승보살도를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날 법산스님의 법문을 정리, 요약한 것이다.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은 지난 15일 조계사 일요법회에서 혹한 속에 피어나는 홍매화와 같이 아름다운 향기(지혜)를 전하는 불자들이 되기를 당부했다.

얼마 전 봄비가 내렸습니다. 조계사에도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봄비는 미리 온다는 소식도 없이 밉다 곱다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내립니다. 그런데 그 봄비 소식을 이미 하늘과 땅은 알고 있었습니다. 매화와 버들강아지도 소식을 알고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요즘 통도사에 있습니다. 입춘이 오기도 전에 통도사에 빨간 홍매화가 피었습니다. 눈이 펄펄 내리는 날 하얀 눈에 얼굴을 내민 붉은 미소와 그 향기는 마음의 모든 번뇌 망상을 싹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통도사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화를 찾아온 상춘객들로 붐빕니다. 세상 사람들은 춥다 덥다 괴롭다 즐겁다 온갖 불평불만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화 가지는 근심걱정하지 않고 봄부터 정진합니다.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잎을 통해 가지에 머금고 뿌리에 저장하고 가을이 되면 그 잎마저 다 버리고 발심으로 힘을 가해 설한풍에도 꽃을 피워냅니다. 우리 인간이 아무리 괴롭다 하더라도 그 뜨락에서 하룻밤만 서 있으라고 하면 얼어 죽고 말 것입니다. 매화 가지는 겨우내 된서리 맞으며 꿋꿋이 서서 매화 가지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인내는

행복으로 가는 최상의 길

꾸준히 기도하면

지혜로워지고

어려움도 잘 참을 수 있어

그런데 그 매화 가지를 헤집어도 가지 속에서 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바로 한 마음에서 성불(成佛)을 일궈내는 것입니다. 반야지혜는 모양이 없지만 인고의 수행을 하면 반드시 피워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화 한 가지를 보고 수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늙지 않습니다. 몸은 물질이기 때문에 늙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그대로입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콩은 한국에 심으나 영국에 심으나 미국에 심으나 콩입니다. 본래 갖고 있는 그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괴로울까요.

현실에 너무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상을 보면 그 대상에 끌려가고 무슨 소리를 들으면 소리에 끌려가고 냄새를 맡으면 냄새에 휩쓸리고 맛을 보면 맛에 끌려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보고 나면 그만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허물은 더 많아지고 몸에선 냄새가 나면서 습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남의 허물을 보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살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를 제대로 살피려면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를 꾸준히 하면 지혜로워지고 어려움을 잘 참을 수 있습니다. 인내는 행복으로 가는 최상의 길입니다. 참는 것이 참 좋습니다.

남의 허물을 보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살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저도 참는 데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사실 성질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아도 본래는 굉장히 급합니다. 아직도 급한 성질 종자가 다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먹고 싶어도 참고 가고 싶어도 진중하게 참아야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버럭’ 하면 안 됩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창밖으로 담뱃재를 창밖으로 톡톡 털고 있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납니다. 한 마디 톡 쏘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돌아오는 말이 뻔합니다. ‘중이 자기나 잘 가지 왜 간섭해.’ 그래서 그 입에서 나쁜 말 악구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참고 갑니다. 담배를 태우고 싶으면 차 안에 재떨이를 두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됩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윤리와 도덕이 없습니다. 무조건 자기위주로 진행하고 경쟁만 붙이고 있습니다. 교육에서 문화와 예술, 정서적인 것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문화의 퇴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살려내야 합니다.

우리문화와 전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민족이 될 것입니다. 아파트 이름도 가게도 전부 영어로 돼 있습니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가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와 민족의 전통성이 사라지만 그 나라는 자연히 소멸하게 됩니다. 불자들이 우리 문화를 잘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마음에 묻은 때 떨치지 못한 채로 욕망에 쫓기어 마음이 어지럽고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면 가사를 걸쳐도 감당할 수 없다.” 마음에 때가 낀 채로 보다보면 욕망에 자연히 끌려가게 돼 있습니다.

마음의 때 다 씻어버리고

뜻을 맑고 고요히 가라앉히며

자신의 마음을 조복 받아

잘 길들인 수행자가 그야말로

가사 속에 빛나는 사람

맛을 보면 맛에 끌려가고 색깔을 보면 색에 끌려갑니다. 재행은 무상이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예쁜 것은 예쁜 그대로 울퉁불퉁한 것은 울퉁불퉁한 대로 있는 그대로 보면서 내면의 세계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을 잘 관찰해 쉽게 끌려 다니면 안 됩니다. 여러분 손금 보입니까. 손을 눈에다 갖다 대 보세요. 손금이 보입니까. 안보이지요. 손이 (눈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때 뭐가 묻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손을 눈에 딱 대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어디에 빠져서 홀리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러니 항상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떼어놓고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거울은 모든 것을 다 담고 있지만 거기에 담겨진 물건에 대해서는 애착하지 않습니다.

욕망에 쫓기면 어지러워집니다. 자기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이 가사를 걸치고 있는 수행자라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음의 때를 다 씻어버리고 뜻을 맑고 고요히 가라앉히며 자신의 마음을 조복 받아 잘 길들인 수행자가 그야말로 가사 속에 빛나는 사람입니다.

겉모양이 그럴 듯하다고 해서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겉모습만 갖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속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속을 잘 들여다보면 좋은 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마음의 때를 자꾸 씻어야 합니다. 염불하고 참선하면 씻겨 집니다. 저도 성질이 급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금강경>이 참 좋습니다. <금강경> 독송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맑아집니다. 피곤하다가도 <금강경>을 읽으면 피로가 싹 가십니다. 오늘 아침에도 <금강경>을 독송했습니다.

금강경 강독하면 할수록

마음이 맑아지고 피로도 가셔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운 삶 살아갈 수 있어

사람들이 저에게 얼굴이 예전 그대로라고 합니다. “금강경 독송해서 그렇다”고 말해줍니다. 세상에 이처럼 좋은 약이 없습니다. 또 동심으로 돌아가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저는 참선을 하면서 화두를 들고 미소를 짓습니다. 보는 사람도 없고 봐주는 사람도 없지만 항상 미소를 짓습니다.

마음에 업이 되어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참선을 하면서 허리를 쭉 펴고 단전호흡을 해 보십시오. 아침에 일어나서 5분씩만 해도 속이 편안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손끝에서 발끝까지 힘을 주고 기지개를 펴면 힘이 생기고 세상도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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