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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스크랩] 부처님은 왜 값비싼 옷을 받았을까

평소 ‘분소의’라는 옷을 입고 지냈지만

지극한 신심이라면 스님들에게도 허락

기바(耆婆)는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의 주치의로서, 석가모니 부처님과 스님들의 건강도 살핀 사람입니다. 어느 날 부처님에게 병이 생겼습니다. 아난은 기바에게 가서 부처님의 증세를 알려주고 처방을 부탁했습니다. 기바는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귀한 분이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약을 쓸 수는 없다. 푸른 연꽃으로 설사를 다스리는 약을 만들어서 올려야겠다.’ 기바는 푸른 연꽃으로 냉기를 다스리는 약을 만든 뒤에 부처님께 올리며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약은 우발라 연꽃(청련화)으로 달인 설사약입니다. 이 약 냄새를 한 번 맡으면 열 번 설사하게 되고, 두 번 맡으면 스무 번, 세 번 맡으면 서른 번 설사하시게 됩니다.”

서른 번만 설사를 하시면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난 존자도 곁에서 처방전에 따른 간병 지시를 꼼꼼하게 챙겨들었습니다. 부처님은 이후 약 냄새를 세 번 맡으셨는데 스물아홉 번을 설사하셨습니다. 의사 기바는 이런 경과를 듣고서 부처님 병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고 판단하고서 이렇게 권했습니다.

“따뜻한 물을 조금만 드시기 바랍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부처님은 따뜻한 물을 조금 드셨습니다. 그리고 설사를 한 번 함으로써 서른 번을 채웠습니다.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기바는 집으로 돌아가서 병으로 인해 허약해진 부처님의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온갖 부드러운 음식과 보약을 지어서 보내드렸습니다. 부처님은 기바의 정성에 보답하시려는 듯 그가 정성껏 지어 올린 보양식을 드신 뒤에 완전히 기력을 회복하셨습니다.

자신의 보살핌으로 부처님이 건강을 되찾자 의사 기바는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옷 한 벌을 지어서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준비한 옷은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아주 비싼 심마근의(深摩根衣)였습니다. 심마근의는 최고가의 옷이라는 뜻인데, 아주 부드럽고 가벼운 천으로 만든 옷입니다. 의사 기바는 부유하기 때문에 이런 옷을 부처님께 올리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기꺼이 받아주실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옷을 준비해 갔으되 꺼내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 제가 국왕이나 대신의 병을 치료하면 그들은 모두 제가 바라는 것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번에 저는 부처님의 병을 고쳐드렸습니다. 그러니 부처님께서도 제 소원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부처님은 대답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의 청을 다 들어주는 이가 여래·아라한·정등각자지만 지나친 청은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말해보시오.”

의사 기바는 말했습니다.

“제가 심마근의를 부처님께 올리려고 합니다. 그 값이 백천금이나 되지만 제게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값어치의 옷입니다. 저를 가엾게 여겨 이 옷을 받아서 입어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은 묵묵히 그의 옷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스님들에게도 신자들이 올리는 값비싼 옷을 받아도 된다는 허락이 내려졌습니다. <십송률>27권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평소 분소의라는 옷을 입고 지냈습니다. 분소의는 시체를 싼 천이나 완전히 넝마여서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주인 없는 천 조각을 기워서 만든 옷이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앞서 가섭의 경우와 지금 의사 기바의 예처럼, 신자들이 지극한 신심으로 마련한 비싼 옷을 받아서 입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들 중생에게는 ‘비싸다’ ‘싸구려다’라는 값이 중요하지만 부처님 눈에는 그걸 올리는 이들의 정성과 믿음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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