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을 익히면서 즐거움 알게 돼
즐거움 추구하나 괴로움만 느니
자신의 탐욕ㆍ번뇌부터 제거해야
<본생경>에 호미현인(鋤賢人本生譚)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세속에서 사용하던 호미를 잊지 못하여 출가와 환속을 반복하다가 결국 그로부터 벗어났다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오랫동안 호미로 농사를 짓던 어진 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속과 더 이상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선 출가를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정 들었던 호미를 버릴 수 없어 깊은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수행자가 되어서도 그 호미가 그리워 결국 환속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기를 여섯 차례나 한 호미현인은 일곱 번째 출가에 앞서 “낡은 호미 하나 때문에 환속하기를 몇 번이든가? 이번에는 큰 강에다 호미를 버리고 출가하자(予욇此鈍刃之鋤 幾次還俗 今將投棄於大河而出家).” 결심한 뒤 강가에 이르러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만약 호미를 빠트린 곳을 알면 장차 돌아와서 또 힘들게 찾으려 할 것이다(若予得見此鋤之落處 則又將起返來撈取此鋤之心).” 그래서 호미현인은 굳은 결심을 이행하려고 눈을 감은 채 호미 자루를 단단히 쥐고선 있는 힘을 다해 머리위로 세 번을 돌린 뒤 곧장 강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겼다(予今勝矣)”를 세 번이나 크게 외쳤는데, 애착에서 벗어난 탓인지 그 소리가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때마침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오던 그 나라의 왕이 호미현자가 외치던 “나는 이겼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긴 왕은 그를 불러 “나는 정복자다. 지금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너는 무엇을 정복한 것인가(予욇征服者 今予於得勝歸來之途中 汝究竟征服任何耶)?”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호미현인은 왕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왕은 비록 천만번의 승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번뇌를 정복하지 못한 것과 같아서 진정한 승리라 할 수 없습니다(貴君雖得千之勝利 抑或得十萬之勝利 如不能征服煩惱 不得욇正之勝利).” 그러면서 ‘이겼다’를 외친 이유를 밝힙니다. “내 마음의 탐욕을 억제하고 번뇌를 정복하였습니다(予抑制我心之貪慾,征服予之煩惱).”
대체적으로 누구든지 좋아하는 것은 단단히 쥐려고 하지 쉽게 놓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 하는 정도가 지나쳐 집착하는 수준이라면 오히려 자신한테 장애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애착하는 그 무엇을 호미와 바꿔서 살피는 성찰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고통을 자각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번뇌인 줄 모르기도 합니다. 마치 호미 하나 때문에 출가와 환속을 반복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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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다고 본다면 집착하는 양상도 다양할 텐데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상을 가만히 돌아보면 애착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이미 소유한 것이나 경험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더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또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의 불만은 욕구에 비례할 것입니다. 환언하면 자신이 만든 번뇌로 스스로 고통받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집착이 강할수록 그 고통도 덩달아 커지는 속성을 두고 ‘집착은 병의 근본(著是病本)’이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속박하는 것을 일러 번뇌라 합니다. 호미현인은 호미에 매여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그 번뇌를 제거하고서야 ‘나는 이겼다’ 하였습니다. 비록 강에 호미를 버렸더라도 집착심이 남았다면 ‘이겼다’고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탐욕과 번뇌의 억제가 진정한 승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호미 즉 대상이 아니라 그것에 집착하는 자신입니다.
호미가 현인에게 자신을 집착하라고 유혹하였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호미한테 매달려 애원하면 됩니다. 결박을 풀어달라고요. 그런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호미를 탐착한 것이라면, 대상을 애착함으로써 도리어 부림을 당하는 것이니, 자신이 그 속박을 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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