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속 율무염주가 ‘홀로’ 상징
죽음 의식도 허공으로 흩어버림
경허선사, 1년 지나 시신 확인
수월스님은 홀로 스스로 화장
인도 고대에서는 인생을 4주기로 나누었다. 즉 학습기.가주기.임서기.유행기이다.
20세까지 공부를 하고(學習期), 20세 이후 가정을 꾸리고 생활한 뒤(家住期), 50세가 넘으면 숲에 들어가 명상을 하고(林捿期), 더 나이가 들면 깊은 숲속에 들어가 생을 마감하는 것(遊行期) 등이다. 무엇보다도 임서기와 유행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의 완성을 위해 50대 이후 자신의 존재를 알고자 명상을 하는 임서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즈음에 자손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숨을 마치는 것이다.
자아를 관하고 자신의 육신조차 자연에 보시하는 고대 인도의 생사관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음미할만하다.
북방불교도 인도사상이 깃든 종교가 유입되다보니, 고대로부터 인생 4주기의 마지막 유행기처럼 열반하는 승려들이 적지 않다.
구한말 경허선사의 제자인 수월(1855~1928)은 말년에 북간도에서 수행하였다. 열반할 때가 되어 목욕해 마치고, 스스로 쌓아놓은 장작더미에 올라 입적하였다고 한다. 제자 하나 거둬주지 않는 곳에서 홀로 스스로 화한 수월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중국 당나라 말기 선사인 남악현태(南嶽玄泰)가 있다. 현태는 대중과 함께 살기보다는 산 속에서 홀로 수행하였다. 현태는 은둔자적한 수행의 기쁨을 시(樂道歌)로 남겼는데, 입적하기 직전에 이런 게송을 남겼다.
“내 나이 올해 65세/ 지수화풍 4대가 주인을 떠나 흩어지려 한다/ 도(道)는 그윽하고 현묘해/ 거기에는 부처도 없고, 조사도 없으며/ 머리 깎는 귀찮은 일도 없고, 목욕하는 수고로움도 없다/ 이제는 한 덩어리 사나운 불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니/ 나는 이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네.”
현태는 열반하기 전날, 숲속에 사는 한 젊은 승려를 불러 그의 토굴 앞에 장작을 산더미처럼 쌓게 한 뒤, 유게(遺偈)를 남기고 불속에 뛰어들어 입적하였다. 주위 승려들에게 장례식을 치르는 번잡함, 죽은 뒤 의식을 치르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여기고 허공 속으로 산산히 흩어지려고 했던 현태의 생전 수행관을 엿볼 수 있다.
지금처럼 염주 재료가 많지 않던 옛날에는 스님들이 율무염주를 들고 다녔다. 그런데 인적 드문 깊은 산골에 율무염주가 맺힌 나무를 보면, 그 곳에는 한 수행자가 혼자 죽음을 맞이한 곳이라고 한다. 즉, 스님의 시신은 썩어 사라졌지만 생전에 목에 걸었던 율무염주가 싹이 트고 자라 열매를 맺었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한다.
이 이야기에 문득 매치가 되는 스님이 있는데, 법정스님이다. 입적한지 벌써 3년이 흐른 것 같다.
경허선사(1846~1912)의 입적 또한 그러하다. 경허선사는 입적하기 몇 년 전에 제자들과의 인연을 끊은 뒤, 56세에 함경도 산수갑산(山水甲山)에서 서당 선생을 하다가 홀로 열반에 들었다. 1년이 지나 제자들이 스승의 시신을 확인하였다.
수행자가 평생을 수행한 뒤, 조용히 홀로 가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에게 남은 연민조차 번거로운 일로 여겼던 선사들, 고독이라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여기고 고독하게 입적한 스승들을 보며 열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든든하고 안전한 투자 보시에 대하여 (0) | 2013.04.20 |
---|---|
[스크랩] 정각사 천도제 기도 불공 하던날 (0) | 2013.04.06 |
[스크랩] 의식을 모두 쉬면 곳 불성을 볼수 있다 (0) | 2013.03.24 |
[스크랩] 만인의 행복을 위한 역대 스님들 (0) | 2013.03.24 |
[스크랩] 하늘의 신을 아버지라 부르게 된 유래 (0) | 2013.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