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교이야기

[스크랩] 하늘의 신을 아버지라 부르게 된 유래

나중에 온 자신들 불완전 존재로

견해의 그물에서 벗어날 것 강조

인간은 언제부터 하늘의 신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을 붙였을까요? 경전에 보면 그 유래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생로병사하고, 만물이 생주이멸하는 것처럼, 이 우주도 성주괴공이라는 순서를 밟습니다. 영원히 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건 단 하나도 없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성주괴공이란 말 그대로 생겨났다가(成) 유지되었다가(住) 무너지고 괴멸해서(壞) 텅 비는(空) 과정입니다.

이때의 시간단위를 겁(劫, kappa)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성겁(成劫)이란 세상이 생성되는 시기를 말하고, 괴겁이란 세상이 파괴되어 가는 기간을 말합니다. 생성과 파괴를 팽창과 축소의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세상이 파괴될 때 즉 축소될 때 생명체들은 색계의 광음천(光音天)에 나게 됩니다. 그곳에 난 존재들은 마음으로 이루어졌고 기쁨을 음식으로 삼으며, 스스로 몸에서 빛을 내고 허공을 날아다니며 아주 오랜 세월을 머뭅니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흐른 어느 때 이 세상이 다시 이루어질 때가 옵니다. 세상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하늘의 궁전도 따라서 생겨나는데 이곳에는 아직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아 텅 비어 있습니다.

그 때 앞서 존재들이 모여 살던 광음천에서 어떤 생명체 하나가 가장 먼저 이 세상의 텅 빈 하늘궁전에 와서 나게 됩니다. 그는 이전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음(생각)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기쁨을 먹고, 몸에서 빛을 내며 허공을 날아다니며 삽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이 홀로 빈 궁전에서 지내자니 그 존재는 적적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는 자주 푸념했습니다. “아, 외로워. 다른 이들도 이곳에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때마침 앞서 광음천에서 지내던 존재들이 하나 둘 속속 이 세계의 하늘궁전에 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와 있던 존재의 동료가 되었지요. 물론 그들 역시 제일 처음에 이 궁전에 온 존재와 마찬가지로 기쁨을 음식으로 삼고, 몸에서 빛을 내며 허공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이 세계에 와서 살고 있던 존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지배자요, 전지전능한 조물주요, 창조자이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과 앞으로 존재할 것의 아버지이다. 나는 바로 세상의 창조자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다른 존재들은 내가 원한 덕분에 이곳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뒤늦게 온 존재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와 계신 이 분이야말로 자유자재하고 전지전능하며 만물의 아버지요, 창조주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신을 아버지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수행을 좀 해서 전생을 보게 된 자들이 먼저 와 있던 신과 뒤늦게 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알고서 먼저 와 있던 신은 영원불멸한 존재요, 나중에 온 자신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불완전하고 덧없는 존재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창조주 또는 신(범천)은 영원하고 인간은 무상하다는 생각이 이렇게 해서 생기게 된 것이라는 유래가 흥미롭습니다.

초기경전인 <디가니까야> 가장 처음에 실린 <범망경(梵網經, 브라흐마잘라 숫따)>에 담겨 있는 내용입니다. 하늘의 신인 브라흐마(梵天)가 가지고 있는 그물은 무척 촘촘해서 웬만한 물고기가 다 걸려드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존재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릇된 견해에 묶여서 살고 있으며, 그 견해의 그물코는 워낙 촘촘해서 웬만한 중생들은 다 걸려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이 경에서는 대표적으로 62가지 그릇된 견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석가모니 부처님은 그 견해의 그물에 걸리지 않으며, 그래서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경의 주제입니다. <디나니까야-범망경>의 이 내용은 대지도론(제10권)에서도 등장합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