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복전.재물 어우러져 기꺼이 줘야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불러오는 원인
보시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믿음과 복전과 재물입니다.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 마음에서 기꺼이 주려는 생각이 우러나서 인색함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것이 보시(da-na, 檀)입니다. 또한 보시는 마음에 상응하는 착한 생각이며, 착한 생각에서 몸과 입의 업을 일으키는 것이 보시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는 게 아니라 분명한 목적의식, 선한 의도를 바탕에 깔고 하는 행위가 보시라는 것이지요.
이런 보시에 두 종류가 있으니, 맑은(淨) 보시와 탁한(不淨) 보시입니다. <대지도론>제11권에는 탁한 보시에 대해 “베풀기만 할 뿐 무소위(無所爲)인 보시”라고 했습니다. 무소위(無所爲)란 말은, ‘이루어지는 바가 없다’라고 직역할 수 있지만, 앞서 ‘착한 생각에서 업을 일으키는 것이 보시’라는 의미에 잇대어 생각해보면, 무소위란 목적이 불분명한 보시, 혹은 바르지 못한 목적에서 하는 보시를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탁한 보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물을 구하려고 하는 보시. 둘째, 남 보기 창피해서 하는 보시. 셋째, 책망을 들을까봐 하는 보시. 넷째, 겁이 나서 하는 보시. 다섯째, 남의 마음에 들려고 하는 보시. 여섯째, 죽을까 무서워서 하는 보시. 일곱째, 사람을 홀려 기쁘게 하려고 하는 보시. 여덟째, 자신이 부귀하다고 해서 하는 보시. 아홉째, 경쟁심에서 하는 보시. 열 번째, 질투심이나 열 받아서 하는 보시. 열한번째, 교만한 마음에 자신을 높이려고 하는 보시. 열두번째, 명예를 구하려고 하는 보시. 열세번째, 주술적인 바람(呪願)에서 하는 보시. 열네번째, 쇠락에서 풀려나 길한 징조를 바라서 하는 보시. 열다섯번째, 대중을 모으려는 마음에서 하는 보시. 열여섯번째, 상대방을 업신여기고 존중하지 않으면서 하는 보시.
이런 생각에서 하는 보시는 목적이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 같은 탁한 보시와 정반대되는 것이 바로 맑은 보시이니, 바른 목적을 지향하는 선한 의도에서 하는 것입니다. <대지도론>에서 열거하는 맑은 보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리를 위해서 하는 보시, 깨끗한 마음이 생겨나서 그 어떤 번뇌도 없으며, 금생과 내세의 과보를 구하지 않고 공경하고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하는 보시가 맑은 보시이다. 맑은 보시는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에 식량이며, 그런 까닭에 진리를 위해서 하는 보시라고 말한 것이다. 만일 아직 열반을 얻지 못했더라도 보시는 인간세상과 천상의 즐거움을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맑은 보시는 금방 만들어진 화려한 꽃장식과 같으니, 금방 만들어서 아직 시들지 않았을 때 그 향기가 정결하고 진동하는 것처럼, 열반을 위한 맑은 보시가 얻는 과보의 향기도 이와 같다.”
고백하자면,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보시를 합니다. 하지만 바라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추구하라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하는데, 나무의 비유를 들어서 보시의 차원을 설명합니다. 즉,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구해서 보시하는 사람은 그늘을 위해 나무를 심는 사람이고, 성문이나 벽지불의 도를 얻으려고 보시하는 사람은 꽃을 보려고 나무를 심는 사람이요, 부처가 되려고 보시하는 사람은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를 심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까짓 별 것도 아닌 보시, 그냥 내 주머니의 것을 툭 털어 남에게 주면 되는 게 아니냐! 그럼 되었지. 왜 자꾸 어렵게만 몰고 가는가!”라고 짜증이 나십니까?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우니, 출가한 사람 중에 구태여 해탈할 좋은 시절을 기다리지 않고 그 즉시 해탈하는(非時解脫) 비구가 그 첫째요, 둘째는 재가자 중에 맑게 베푸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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