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해치는 것은 모두 살생
남 자살 도운 비구는 바라이죄
세상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 딱 한 가지를 들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살생이니 “살생은 죄 가운데에서도 가장 무겁다”라고 <대지도론>(제13권)에서 말합니다. 살생은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일입니다. 꼭 사람을 죽이는 것만 살생이 아니요, 목숨 가진 모든 생명체를 해치는 것이 다 살생입니다. 사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피치 못하게 다른 생명을 빼앗는 경우(살생)가 종종 생깁니다.
그런데 <대지도론>(제13권)에 따르면 살생이라는 행위가 ‘죄’ ‘악업’으로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저 생명체가 생명체인 줄 알면서도 고의로 죽이려 하여 그 생명을 빼앗은 것이 살생입니다. 둘째는 남을 죽이는 것이 살생의 죄이나 스스로를 죽이는 것 즉 자살은 살생의 죄가 아닙니다. 셋째는 마음으로 상대가 중생(생명체)인 줄 알고서 죽이는 것은 살생의 죄입니다. 하지만 한밤중 암흑 속에서 사람을 나무 그루터기인 줄 착각하고서 베어버렸는데 이때도 살생의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넷째는 스스럼없이(快心) 생명을 죽이면 살생의 죄이나 당시 미쳤거나 어리석은 상태였다면 살생의 죄가 아닙니다. 다섯째는 목숨의 뿌리(命根)를 끊는 것은 살생의 죄이나 상처를 입히는 것은 살생의 죄가 아닙니다. 여섯째는 제 몸을 움직여 남을 죽이면 살생의 죄이나, 그저 입으로만 죽이라고 명령하는 것은 살생의 죄가 아닙니다. 일곱째는 입으로 죽이게 하여 (실행하면) 살생의 죄이나 그저 마음으로 죽이겠다는 생각만 일으켰다면 이 또한 살생의 죄가 아닙니다.
경이나 논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이상은 <대지도론>에서 말하는 살생이란 죄의 정의라고만 참고하면 될 것입니다. 다만 철저하게 ‘죽이려는 의도’가 들어 있었는지가 살생이란 죄의 성립에 잣대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특히 두 번째 사항의 ‘자살’과 관련한 내용은 반드시 짚어봐야 합니다. 스스로를 죽이는 것도 ‘살생’일 수는 있으나 그게 ‘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십송률에는 자살을 조장하고 자살을 돕는 비구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처님은 많은 제자들이 자살을 하자 “어찌 명색이 비구인 사람이 칼을 구해 자살하고, 죽음을 찬탄하고, 죽음을 권장했단 말이냐”라며 꾸짖으신 뒤에 자살을 조장하고 남이 자살하도록 도와 죽음에 이르게 한 비구에게 바라이죄라는 가장 무거운 죄를 적용합니다. 하지만 자살한 당사자에 대해서 어떤 처벌조항을 내렸다는 것은 십송률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다른 율을 살펴봐야 할 문제로서, 한두 가지 예를 가지고 부처님은 자살에 대해 이렇게 혹은 저렇게 정의 내렸다고 규정하는 것은 퍽 조심스럽습니다.
다시 <대지도론>으로 돌아와서 부처님이 재가신자 난제가(難提迦, 난디카)에게 살생에 열 가지 죄가 있다고 정의하는데 흥미롭습니다.(<대지도론>제13권)
“살생에는 열 가지 죄가 있으니 무엇이 열 가지 인가? 첫째, 마음에 언제나 독을 품고 세세생생 끊이지 않는다. 둘째, 중생을 증오하며 기쁜 눈으로 보지 않는다. 셋째, 언제나 악한 생각을 품고 악한 일만 사유한다. 넷째, 중생이 그를 두려워하니 마치 뱀이나 호랑이 보듯 한다. 다섯째, 잠들어 있을 때 겁에 질리고 깨어 있을 때 역시 불안하다. 여섯째, 언제나 악몽을 꾼다. 일곱째, 목숨을 마칠 때 겁에 질리거나 제정신을 잃고 흉하게 죽는다. 여덟째, 단명할 업의 인연을 심는다. 아홉째, 목숨을 마친 뒤 지옥에 떨어진다. 열째, 만일 사람의 세상에 난다해도 언제나 단명하게 될 것이다.”
'설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미혹한 그대를 어찌 지키겠는가 (0) | 2013.07.08 |
---|---|
[스크랩] 아무 문제없음 자각할 때 본래 행복한 존재 (0) | 2013.06.26 |
[스크랩] 정토신앙의 3가지 유형 (0) | 2013.06.22 |
[스크랩] 초발심이 바로 여래심 (0) | 2013.06.13 |
[스크랩] 오직 부처의 성품만 존재할 분 (0) | 2013.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