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는 세상은 ‘분별심’에 기인
추함도 ‘사실’을 못보는 데서 생겨
법문 : 서당 지장(西堂 智藏, 735~814)스님에게 어느 학인(學人)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서당은 “내가 부처의 소식을 가르쳐 주고 싶지만, 네가 믿지 않을까봐 말할 수 없다”고 답한다. 학인이 “큰스님 말씀을 어찌 믿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자, 서당이 “그렇다면 네가 그대로 부처이니라”라고 한다. 이 소리에 학인이 그대로 깨닫고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서당이 다시 “티끌만큼이라도 의심이 눈에 가리면 안중착설(眼中箸屑)이 된다”고 말했다.
‘안중착설(眼中箸屑)’은 ‘눈동자 속에 티끌’이라는 말이다. 곧 금가루가 아무리 귀한 것이라 해도, 눈에 들어가면 병이 되는 것이다. 눈은 그대로 보게 되어 있기에 그대로 완전하다는 것으로, 밖으로부터 들어온 것은 오히려 눈병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이 그대로 부처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 중요하고, 자기가 그대로, 본래부처가 부처로서 부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티끌만큼도 의심하지 않고 믿음을 확신하는 결정심이 중요한 요지가 된다.
<육조단경>은 모든 존재의 일체법이 자신에게 본래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믿고 발심을 깊게 하는데, 이러한 법문을 백천만겁에도 만나기 어렵고 듣기 어렵다는 발심을 일으킬 때 법문 한 마디가 마음 문을 열게 된다. 그러나 정견(正見)이 바로 서지 않으면, 타성에 젖어서 법문을 들어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지난날 많은 성인들도 어려운 역경 속에서 역경을 경계로 해서 큰 자비를 열어 밝은 지혜로서 긍정적인 세상을 여셨다.
부처님께서 태어난 카필라성은 당시 인도 16개국 중에서 작은 나라였기 때문에, 늘 사위국의 침략을 받았다. 결국은 사위국 유리왕이 석가족을 멸망시킨다. 이 이야기는 <승만경>에 자세히 나온다. 석가족과 사위국 유리왕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사위국에서는 석가족들이 지조가 있고 머리가 좋다는 것을 알고, 석가족 출신을 며느리로 삼기 위해 공주를 며느리로 요청한다. 석가족은 야만적인 오랑캐로 인품이 없는 사위국에 공주를 보낼 수 없다고, 시녀를 대신 보낸다. 공주 대신 시집간 시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유리왕이다. 유리왕은 후일 자신의 출생과 관련한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신분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분한 생각을 갖게 되고, 결국 석가족을 멸망시킨다. 부처님은 이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대단한 대비원력을 발원하시어 성인 가운데 큰 성인이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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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 혜능스님도 변방에서 천시와 멸시 속에서 살아온 가난한 시골청년이었다. 그는 재물과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 항상 차별 없는 평등한 인간세상. 평등한 시민의식을 갈망하면서 이러한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발원에서 불문(佛門)에 발심하였다. 달라이라마도 조국 티베트가 중국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 고향 사람이 탄압받고 집이 불타는 박해를 받는 것을 보고,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을 했다. 훗날 달라이라마는 “부처님께서도 나의 마음을 큰 대비(大悲)의 그릇으로 발심시키지 않으셨는데, 중국이 나를 큰 자비의 그릇으로 거듭나게 하고, 깊은 발심과 대비(大悲)의 원력을 세우게 했다. 나는 한 순간도 중국인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고 회술했다. 이처럼 자신 내면의 정신세계에서 ‘대자유의 마음 문’을 스스로 열었다.
오늘날 각박한 현실에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도 공부를 해서 마음문이 열리면, 세상은 조금도 거짓과 조작 없이 항상 나를 대하고 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업식(業識)의 조작으로 분별심을 일으켜 차별받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모습이 추해지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눈을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생이 본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비로소 중생이 본래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눈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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