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보배는 돌보지 않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중국불교에서 가장 널리 쓰진 말 가운데 하나가 돈오(頓悟)라는 말이다. 이 말은 중국불교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도의 부파불교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말이다. 선(禪)에서만 쓰여진 말이 아니라 교에서도 널리 쓰여진 말이다. 특히 중국에서 찬술된 경전으로 알려진 <원각경>이나 <능엄경> 등에서도 이 돈오를 강조하고 있다.
‘단박에 깨친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이 때로는 깨달음을 최후의 목적으로 하는 불교의 수행에서 본격적인 수행 자체가 이 돈오를 통하여 시작된다는 매우 특이한 뉘앙스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돈오가 그러한 뜻을 가진다.
돈(頓)이란 원래 어떤 방편을 의지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혹은 비약적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에서 나와 육조 혜능 대사가 선의 돈오종지를 선양한 후에 선의 근본 대의를 천명하는 말이 됐다. 특히 조사선이란 말이 생기고부터 돈오는 실참(實參)공부의 가장 핵심적 말이 됐다.
선어록 가운데 <돈오입도요문론>을 쓴 대주혜해(大珠慧海) 선사가 있었다. 생몰연대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등록(傳燈錄)> <조당집(祖堂集)> 등에 의하면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의 제자로 되어 있다. 처음 월주(越州) 대운사(大雲寺) 도지(道智) 화상에게 출가한 후 강서(江西)에 있는 마조스님을 찾아가 법을 구하며 6년을 시봉하며 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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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마조 스님을 찾아갔을 때 마조 스님과의 문답이다. “어디서 왔는가?” “월주 대운사에서 왔는가?” “무엇하려 여기 왔는가?” “불법(佛法)을 구하려고 왔습니다.” “자기 집 보배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집을 떠나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데 어떤 불법을 구하려 하는가?”
그러자 혜해 스님이 절을 하고 물었다. “어떤 것이 저의 보배창고입니까?”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 그대의 보배창고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조금도 모자람이 없고 사용이 자재한데 어찌 밖에서 구하려 하는가?”
이 말 끝에 혜해 스님이 크게 깨달았다 하는데 이런 경우를 돈오라고도 한다. <돈오입도요문론>에는 돈오에 대하여 밝힌 말이 있다. “어떤 것을 돈오라 합니까?” “돈이란 단박에 망념을 없애는 것이요, 오란 얻은바 없음을 깨닫는 것이니라.” (頓者頓除妄念 悟者悟無所得) 돈오의 근본 내용을 이렇게 말하였다.
혜해 선사가 은사인 도지화상이 연로하여 대운사로 돌아와 도지 화상을 모시다가 책 한 권을 저술한 것이 <돈오입도요문론>이다. 그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소박하게 숨은 생활을 하다 이 책을 지었다. 이 책을 조카상좌였던 현안(玄晏) 몰래 가져가 마조 스님에게 보였다. 마조 스님이 이 책을 보고 대중에게 말했다. “월주에 큰 구슬(大珠)이 있으니, 둥글고 밝은 광명이 비치어 자유자재 하고 걸림이 없구나!”
이렇게 마조스님이 감탄하고 칭찬한 것이 게기가 되어 대주라는 이름을 다시 얻게 되고 선문(禪門)에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전등록> 대주 스님의 법문이 다른 스님들보다 더 많이 실려 있다.
<돈오입도요문론>의 특징은 다른 선어록과는 달리 대주 스님이 직접 쓴 글이라는 점이다. <육조단경>이나 <전신법요> <백장광록> <임제록> 등은 당시의 사람들이 법문을 기록하여 정리한 것이거나 후세 사람들이 수집하여 엮어낸 것이지만 <돈오입도요문론>은 직접 써서 스승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어록이다. 50여개의 주제를 가지고 문답형식으로 간명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 주제의 핵심요지를 바로 설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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