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귀.코.혀.몸에서 욕망 일으켜
지혜로 위험 알고 욕망 멀리해야
경전은 숫자를 좋아합니다. 삼법인은 3, 사성제는 4, 육근은 6, 팔정도는 8, 그리고 십이연기는 12, 육바라밀은 6….
아마 부처님은 우리한테 당부하고 싶은 항목이 참 많았고, 그걸 좀 더 효율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저렇게 숫자가 교리 앞에 등장하게 된 건 아닐까 합니다. 불교가 숫자를 좋아하는 건 초기경전인 <앙굿따라 니까야>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경전은 1에서 11까지 숫자로 부처님 가르침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지도론>제17권은 선정바라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선정바라밀은 닦기가 쉽지 않지만 깃털보다 더 가볍게 나부끼는 마음을 다스리려면 참선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이쯤에서 참선이란 걸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면 이제 다음의 숫자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5-5-5’
<대지도론>의 구절을 그대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방편을 써야 선정바라밀을 얻는가? 다섯 가지 일을 물리치고, 다섯 가지 법을 없애고, 다섯 가지 행을 실천해야 한다.”
다섯 가지 일, 다섯 가지 법, 다섯 가지 행. 참선이라는 깊고도 그윽한 숲으로 들어가려면 기억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5-5-5’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럼 먼저, 물리쳐야 할 다섯 가지 일이란 어떤 것일까요? 다섯 가지 욕망(五欲)입니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이라는 감각기관을 다스리지 못한 사람들은 끝없이 바깥 대상을 향해 욕망을 일으킵니다.
“이만 하면 됐어. 난 만족해!” 이렇게 딱 필요한 정도에서 욕구를 멈출 수만 있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보기 좋은 것, 맛 좋은 것, 예쁜 것, 보드라운 것에 한 번 취해버리면 그걸 찾아다니느라 바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제어하지 못해 대상에 이끌리고 휘말리는 상태(오욕)을 신랄하게 꾸짖습니다.
“아, 가엾어라. 중생들은 언제나 오욕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구해마지 않는구나. 오욕이란 것은 얻으면 얻을수록 더 심해지니 마치 종기를 불로 뜨는 것과 같다. 오욕은 아무런 이익이 없으니 마치 개가 마른 뼈를 핥는 것과 같다. 오욕은 다툼을 키우니 새가 고깃덩이를 다투는 것과 같다. 오욕은 사람을 태우니 맞바람에 횃불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 오욕은 사람을 해치니 독사를 밟은 것과 같다. 오욕은 진실하지 않으니 꿈에서 뭔가를 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욕은 오래가지 않으니 잠시 빌린 것과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해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고 그로 인해 다음 삶에서 매우 괴롭게 살아간다.
오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탐스런 과일을 따려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다 먹었으면 얼른 내려오지 않는 사람과 같다. 그 사람은 공교롭게도 나무꾼이 그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면 덩달아 떨어져서 머리가 깨지고 크게 다치며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끝내 죽고 마니, 오욕에 빠지는 것도 이와 같다.
뿐만 아니라 오욕은 얻을 때는 잠깐 즐겁지만 잃을 때는 몹시 괴로우니, 꿀을 바른 칼날을 핥는 것과도 같다. 단맛에 빠져 혀가 다치는 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욕은 동물들에게도 있지만, 지혜로운 이는 그 위험을 알고서 욕망을 멀리 떠날 수 있다.”(제17권)
읽으면 읽을수록 섬뜩해지는 문장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바깥의 대상들을 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갖춰야지만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대상들을 향해서 내가 얼마나 능숙하게 내 욕구를 콘트롤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게 관건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후 눈, 귀, 코, 혀, 몸의 대상인 색, 소리, 냄새, 맛, 촉감 하나하나에 휘둘리고 이끌리다 낭패를 보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오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바깥 대상에 휘둘리지 말아야 참선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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