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의 자리, 볼 수 없다면 믿어야
봉사가 오랜 습 밀어내는 힘
우리는 왜 자꾸 악과 선이 서로 따로 있는 것처럼 분리해서 보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종지와 정견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종지와 정견을 제대로 모르니 연생연멸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원래 무자성(無自性)임을 믿지 못하고 불생불멸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공공적적한 경지를 체험하지 않은 것도 믿음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내 법성이 조복(調伏)받지 못해 집착과 애착이 남아 선(善)이 일어나면 선을, 악(惡)이 일어나면 악을 자꾸 붙들게 되는 것이다. 초기 경전에서는 우리 심성 내에서 선악이라는 습은 구경정각에 이르기 직전까지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 대체할 길은 무엇일까. <금강경>은 ‘반야공’, 철저하게 공으로 들어가는 자리 즉 공공적적 무심의 자리를 설파하고 있다. 여기는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 청정한 자리인데, 묘하게 습에 의해 파동을 치고 있다. 철저하게 공공적적한 법성의 무심의 자리를 봐야하는데, 보기 전에는 믿어야 한다. 구경정각의 보살의 공덕의 자리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면 원력이다. 구경정각의 공공적적한 자리는 부처도 중생도 아니고 어떤 명자도 개념도 철학도 세우지 못하는 자리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원력이라는 방편을 만든 것이다. 오직 원력만이 나온다. 그런 원력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금강경>에서 말하는 보살의 꽃이라 불리는 ‘무주상 보시’가 나온다. 아무 조건 없는 스스로의 원력에 의해서 나오는 봉사가 원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봉사가 다겁생래로 이어져 오면서 굳어져 있는 습성 습관 업식을, 그 습의 자리를 밀어낸다. 수행이라는 것은 내가 이 자리에서 생활 속에서 보살행을 함으로써 습을 밀어내는 것이지, 관념과 철학으로 아무리 많은 법문을 듣고 아무리 많은 책을 본다고 해도 체험으로 이루어진 원력과 봉사의 힘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스님들의 힘든 일과는 성불로 가는 수행의 과정으로, 지금 내가 봉사하는 자체가 그대로 보살의 공덕을 장엄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것으로 인해 봉사를 통해 내 업이 밀려나가고 있다며 기쁘게 생각해야한다. 이런 이치를 모르니 어른들이 왜 나에게 일만 시키는가 화가 나고 스트레스 받게 되니 오히려 도에 큰 장애가 된다. 그래서 정견과 종지가 중요하다. 나의 몸짓이 그대로 부처의 몸짓으로 지금 펼치고 있구나 하는 자긍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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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법신불에서 말하는 평상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교학에서는 무심의 자리를 무분별지라고 이야기한다. 무분별지에서 이렇게 모든 중생심이 끊어지고 연생연멸함으로써 무생임을 아는 것이 정견이다. 그 입장에서 평상심은 무분별지에서 분별지로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평상심은 정견을 모르고 봉사를 하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나는 것이 짜증나고 법당에서 기도하는데 모기 달라 붙는 것도 짜증난다. 그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승가에서는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발보리심하라고 한다. 그 속에는 이런 원리가 있다.
공공적적한 자리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선이라고 하는 것도 잘못됐고 아니라고 하는 것도 잘못됐다. 다만 보살행 원력만 나올 뿐이다. 다만 그것이 연생연멸인 것을 모르는 것은 부처님이 집착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보살행원은 나를 부처님의 자비성품의 바다로 싣고 갈 뿐이다. 그 이야기를 설파한 것이 바로 <금강경>에서 말하는 ‘상을 척파한다’는 이야기다. 그 자리에서 6바라밀이 나오고 <반야심경>의 관자재가 나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자면, 정견과 종지를 알면 모든 것이 연생연멸이고 착각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돼, 멸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면서 그 자리에 보살의 원력이 들어온다. 그렇게 수행은 기쁘고 즐거워지고, 도업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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