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내 놔 보라. 없애 주리라”
“죄를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나는 그대의 죄를 다 없애 주었다.
앞으로 불법승 삼보에 의지하라”
혜가대사는 스승, 달마대사가 인도로 돌아가신 뒤 정법(正法)을 선양하기에 더욱 바빴다. 그러면서 법 이을 후계자를 은근히 물색중이었다.
어느 날, 마흔 살이 넘어 보이는 처사 한 명이 불쑥 찾아와서 절을 하고 물었다.
“제자의 몸이 풍병(風恙)에 걸렸으니, 큰스님께서 죄를 없애(懺悔) 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그래, 그럼 그 죄를 내 놔 보라. 없애 주리라.”
처사가 온 몸을 더듬다가 말했다.
“큰스님, 죄를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나는 그대의 죄를 다 없애 주었다. 앞으로는 불·법·승 삼보에 의지해서 살도록 하라.”
“예, 지금 큰스님을 뵙고 나니 승보(僧寶)는 알겠습니다만, 어떤 것을 불보(佛寶), 법보(法寶)라고 합니까?”
“이 마음이 부처이고, 이 마음이 법이다.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니, 승보도 마찬가지이니라.”
“큰스님, 오늘에야 비로소 죄의 성품이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으니, 마음이 그러하듯이 불보와 법보도 둘이 아니옵니다.”
대사가 법의 그릇이 될 만 하다고 생각해서 머리를 깎아 주며 말했다.
“너는 장차 나의 보배가 될 터, 이름을 승찬(僧璨)이라고 하라.”
그 해에 구족계를 받고, 승찬은 병이 차츰 나아져서 2년 동안 은사 스님을 시봉하였다.
어느 날, 혜가대사는 분부하였다.
“내가 이제 달마대사께서 신표로 주신 옷과 법을 그대에게 다시 부촉하나니, 그대는 잘 수호해서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들어라.”
본래 땅이 있음을 연(緣)하니本來緣有地
그 땅을 인(因)하여 종자에서 꽃이 피네.因地種華生
하지만 본래 종자가 있는 것은 아니니本來無有種
꽃도 역시 생겨난 적이 없네.華亦不曾生
대사는 옷과 법을 부촉한 뒤에 다시 말했다.
“그대는 이제부터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한동안 교화에 나서지 말라. 머지않아 국난(國難)이 있으리라.”
승찬이 여쭈었다.
“스승께서는 미리 아시니, 자세한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내가 아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달마대사께서 반야다라 존자의 예언을 전하였는데 내가 풀이해보니, 요즈음에 해당하는구나.
아무튼, 세상의 재난에 걸리지 않도록 하라. 나는 전생의 허물이 있어서 이생에 갚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 그쯤 알고… 부디 조심해서 앞길을 가다가, 때를 기다려 법을 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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