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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이야기

[스크랩]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다

금강경간정기>에는 규봉스님의 <찬요서>를 인용해 유겫?선 삼교의 종지를 종합적으로 평한 말이 있다. 여기에서는 유교와 도교, 불교의 근본 종지가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첫째 유교는 문선왕(文宣王, 공자)을 교주로 삼고 오상(五常)인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으로 종지를 삼는다. 몸을 닦고 신중히 처신하여 집안과 나라를 다스리고 후대에까지 이름을 떨치는 것이다.

둘째 도교는 현원황제(玄元皇帝, 노자)를 교주로 삼고 무위자연을 종지로 삼는다. 시비를 끊고 생사를 평등하게 여겨 종국에는 허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셋째 불교는 석가를 교주로 삼고 인연으로 종지를 삼으니 미혹을 타파하고 참된 이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인연으로 종지를 삼는다. 소승의 생멸이나 대승의 무성(無性)이 비록 얕고 깊은 차이는 있으나 통론하면 모두 인연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인연이 두 가지가 있다. 세간 인연과 출세간 인연이다.

세간 인연은 안팎으로 나누어져 안은 인이 되고 밖은 연이 된다. 식물의 씨앗이 있다면 이 종자가 인이 되고 물이나 흙, 사람, 때 등이 연이 되어 싹이 돋게 되는 것이다. 또 흙덩이가 인이 되고 물레나 도공 등이 연이 되어 질그릇이 만들어 진다.

또 안으로 무명(無明)이 인이 되고 행(行)이 연이 되어 식(識), 명색(名色), 육입(六入), 촉(觸), 수(受) 등 5지(五支)를 발생한다. 그러므로 삼계(三界)의 세간이 성립되는 것은 단지 인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출세간에도 세 가지 인연이 있다. 하나는 본각이 안으로 훈습하는 것(內熏)이 인이 되고 스승의 가르침을 밖으로부터 받아 훈습되는 것(外熏)이 연이 되어 시각(始覺)이 이루어진다. 둘은 시각이 인이 되고 보시 등 육바라밀이 연이 되어 불과(佛果)가 성취된다.

셋은 대비가 인이 되고 중생이 연이 되어 응화(應化)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출세간의 모든 정묘한 일들이 인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법화경>에는 “부처의 종자가 연으로부터 일어나므로 일승(一乘)이라 부른다”고 했다. <중론>에서는 ‘어떤 법도 인연으로부터 생기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으며 부처님이 인연법을 설하여 능히 모든 희론(戱論)들을 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세·출세간의 모든 법을 ‘있다는 뜻(有義)’과 ‘없다는 뜻(無義)’, ‘거짓된 것이라는 뜻(假義)’, 그리고 ‘중도의 뜻(中義)’으로 나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생기고 없어짐이 있다(生滅)’는 것으로 모든 법이 인연이 모이면 생기고 인연이 흩어지면 없어진다는 의미다. 마승(馬勝) 비구가 사리불에게 설해준 게송에 “모든 법은 인연을 따라 생겼다가 인연이 흩어지면 없어지나니 이와 같이 없어지고 생기는 이치를 사문께서 그렇게 설하시었네(諸法從緣生 諸法從緣滅 如是滅與生 沙門如是說)”라고 한 말이 이것이다.

일체법이 모두 인연에 속한 것이라면 실체가 없는 존재임을 알 수가 있다. 실체가 없는 것이 바로 공(空)의 뜻이다. 그러므로 <중론>에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나는 공이라 설한다”고 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물체의 상이나 물속에 비친 달이 실체가 아닌 것처럼 모든 존재에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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