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그러므로 예부터 통달한 사람은 이런 차반은 먹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이치겠습니까.
해설: 불법은 남에게 배워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쳐야 한다. 육조스님은 “모든 반야지(般若智)가 다 자성(自性)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설봉스님은 사형인 암두스님의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물이 아니다. 자신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것이라야 천지를 덮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깨달았다.
본문: 우주 바깥을 볼 수 있다 해도 그 자체와는 다른 것임을 알겠는데, 더구나 가없는 향수해(香水海)에 떠 있는 당왕찰(幢王刹)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도 그 실다운 곳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리요!
해설: 아무리 천안통이 열렸다고 해도, 마음을 볼 수는 없다. 이 실상(實相)은 안팎을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몽땅 드러나 있어서, 따로 뭔가를 해서 얻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다만 미혹한 중생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때에 당해서 수단을 베푸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심전심으로 안목을 밝힌 사람에게는 이런 말도 다 허망한 소리일 뿐이다.
남에게 배워서 익히는 것이 아니다
생사 해결한 본분종사가 진짜 대장부
본문: 그러므로 이 대장부의 일은 박차서 뒤바꿔 놓고 번쩍 들어서 열어젖히는 걸음걸이와 지략으로서 똑같은 가풍을 깨쳐야만, 비로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홍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해설: 부처님으로부터 삽삼조사(卅三祖師)를 거쳐 지금까지 내려온 이 법은 투철히 깨쳐야만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세간에서 높은 벼슬을 살고 복덕을 갖추었다고 해도 장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오직 생사대사를 해결한 본분종사만이 진정한 대장부로서 종풍을 드날릴 수 있는 것이다.
본문: 마침내는 모래와 흙에도 섞이지 않아야만, 이윽고 석가세존과 가섭존자와 눈 푸른 달마와 신광(神光:혜가)과 한 자리에 앉게 되는 것입니다.
해설: 뼈를 깎는 정진을 통해 내외명철한 안목을 철저히 밝혀 마침내 한 법도 얻을 것이 없는 구경의 자리에 분명히 계합해야만 역대 조사들과 어깨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지, 조금이라도 경계에 붙잡혀 있다든지 다른 살림살이를 구차하게 넘보든지 하면서 흙과 모래에 섞여 있다면 아직도 공부가 멀은 것이다.
본문: 그리하여 무심코 손을 드리워 사람을 죽이고 살림에 애초부터 정해진 격식은 없습니다.
해설: 눈 밝은 선지식이라면 학인을 공부로 이끌 때, 곧바로 궁지에 몰아넣어 분별망상을 끊어주기도 하고, 즉시 분별망상이 끊어진 자리에서 활발발하게 되살려내기도 한다.
원오스님은 <벽암록> 제12칙에서도 “살인도 활인검은 예부터 선문의 풍습이며 지금도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을 죽여도 상처 하나 내지 않고, 살려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게 한다. 그러므로 절대의 진리는 아무리 훌륭한 성인이라도 말이나 글로 전할 수가 없다고 했다”라고 수시(垂示)하였다.
본문: 긴밀하고 우뚝하여 천신만고의 지극히 험하고 독한 곳에서 곧바로 명근(命根) 끊는 솜씨를 얻는 것을 귀하게 여길 뿐이니, 그런 뒤에 헛되게 인가해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백운(百雲)스님께서는 “신선의 비결은 부자 간에도 전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해설: 본분종사는 학인을 제접할 때, 언제나 곧바로 일구(一句)로써 상대의 분별심의 뿌리를 끊어주었지, 이구, 삼구(二句 三句)로써 너절하게 늘어놓지 않았다. 옛 사람은 “보려면 당장에 봐야지 생각으로 헤아리면 바로 어긋난다”라고 경책하였다.
원오극근의 스승인 오조법연의 스승 백운수단(1025~1072) 선사도 마음자리는 ‘말길이 끊어지고 생각 가는 곳이 멸한(言語道斷 心行處滅)’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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