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법좌를 반으로 나누어 앉으셨을 때, 이미 이 도장(印)을 은밀히 전수하셨습니다. 그 뒤 꽃을 들었던 일은 두 번째 공안이었으며, 나아가 금란가사(金欄袈裟)를 맡기고 계족산(鷄足山)에서 미륵불을 기다리기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해설: 원오극근스님께서 사주(泗州)의 보조사(普照寺)에 있던 법제선사 승(勝) 수좌에게 보낸 편지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마하가섭에게 심인(心印)을 세 곳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한 것을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 한다.
첫 번째는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다. 부처님께서 중인도 비야리성의 서쪽에 있던 다자탑 앞에서 인천(人天)의 대중들에게 설법하고 있었다. 이때 마하가섭이 늦게 도착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를 불러 자리를 나누어 앉으시니, 대중들이 모두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다.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 계실 때, 대범천왕이 금바라 꽃을 바치며 설법을 청했다. 세존은 아무 말 없이 대중에게 이 꽃을 들어 보이시니, 모두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가섭만이 파안미소(破顔微笑) 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나에게 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의 미묘한 법문이 있는데, 이제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으로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고 말씀하셨다.
세 번째는 사라쌍수곽시쌍부(沙羅雙樹槨示雙趺)이다. 부처님께서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셨을 때, 마하가섭이 멀리서 늦게 도착하였다. 가섭이 슬피 울며 관을 세 바퀴 돌고 절을 올리자 곽 밖으로 세존의 황금빛 두 발이 나왔다가 들어갔고, 이에 대중들이 어리둥절하였다고 한다.
마하가섭은 아난존자에게 법을 부촉하고 금란가사를 맡긴 후에, 마갈타국 계족산으로 들어가 미륵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출현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전한다.
원오스님은 강조하기를, 세존께서 다자탑전에서 자리를 나눌 때, 이미 법인을 전해 마쳤는데, 그 뒤에 다시 염화미소니 계족산에서 미륵을 기다리니 하고 덧붙이는 말들은 모두 군더더기라는 것이다.
불법은 온 천하에 다 드러나 있어
전해주고 받을 게 없는 평상시 일
본문: 달마스님은 멀리 서쪽 천축국으로부터 양나라에 갔다가 위나라에 들어와서는 소림굴에 차갑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깊은 눈 속에서 팔을 끊는 늙은이가 그것을 간파해냈기 때문에, 누설하여 그에게 맡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두고 ‘오로지 은밀한 기별(記莂)만을 전한다’고 하는데, 자세히 따져 보면 모두가 잘못된 것입니다.
해설: 서천 제28조이자 동토의 초조인 보리달마스님은 인도에서 중국 광주로 건너와서, 양나라 무제를 만나 문답했으나 뜻이 맞지 않았다. 그 후 양자강을 갈대 잎을 타고 건너서, 숭산 소림사의 차가운 굴속에 앉아서 9년 면벽을 하였다.
2조 혜가(慧可)스님은 추운 겨울날 위법망구(爲法忘軀)하고 눈이 무릎 위까지 차도록 밤새 기다리며 법을 구했고, 달마스님께 믿음을 보이기 위하여 한 쪽 팔을 잘라서 바쳤다.
원오스님은 여기서도 강조하기를, 역대로 비밀스럽게 이어져온 법의 도장을 혜가스님에게 은밀히 전했다고 하지만, 불법은 이미 온 천하에 다 드러나 있어서 새삼 전해주고 받을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모양이 중생들을 현혹시켜서 의혹만 불러일으킬 뿐이니, 잘 살펴보라고 당부하고 있다. 불법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평상시의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본문: 이로부터 서쪽에서 온 종지를 떠들썩하게 전하게 되었는데, 세간의 시류 따라 잘못에 잘못을 더하여 온 세상에 퍼져서 5가7종(五家七宗)으로 나뉘어 서로가 문호를 세우고 제창하였으나, 실제로 따져본다면 결국 무슨 일을 이루었습니까?
해설: 달마스님으로부터 비롯되어 육조스님에 의해 대성된 선종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면서 마침내 천하에 5가7종이 확립되었지만, 원오스님이 보기에는 한 법도 본래 얻을 것이 없고, 한 일도 새삼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것을 법제선사에게 분명하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열반과 원적 입적에 대하여 (0) | 2015.02.01 |
---|---|
[스크랩] 불법은 스스로 꺠치는 것이다 (0) | 2015.01.25 |
[스크랩] 공은 허무 주의인가 (0) | 2015.01.19 |
[스크랩] 불기 2559년 부처님 성도절 맞이하여 (0) | 2015.01.11 |
[스크랩] 깨달으면 누구나 부처다 당당하게 살라 (0) | 2015.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