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삶을 흔히 운수행각(雲水行脚)이라고 표현한다. 구름처럼 물처럼 정처 없이 다니며 진리를 구하고 사람들을 교화하는 일을 가리킨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곧 운수행각엔 사사로운 명리(名利)에 안주하지 않는 무소유와 자기가 아닌 모든 중생을 위해 헌신하는 대자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구름과 물은 떠돌기에 앞서 맑다.
운수행각은 불교 초창기부터 시작된 전통이다. 부처님을 비롯한 제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걸식(乞食)과 유행(遊行)이었다. 나무 아래서 좌선하고 거리에서 설법했으며 하루의 발길이 끝나는 곳이 잠자리였다. 하지만 ‘우기(雨期)’라는 인도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일정한 거주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맛비를 맞으며 온종일 야외에서 정진하기란 곤욕이다. 더구나 질퍽한 땅 위로 기어 나온 벌레들을 본의 아니게 밟아 죽이게 되면서, 불살생 계율을 위반하는 경우도 일어났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만큼 교단의 규모도 커졌다. 결국 출가자들이 한곳에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안거(安居) 제도가 신설됐고, 안거를 위한 사찰이 생겨났다.
사찰(寺刹)의 어원은 상가람마(Samgharama)다. 출가한 남자(비구)와 여자(비구니), 재가(在家)의 남자(우바새)와 여자(우바이) 곧 사부대중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한역(漢譯)하면서 승가람마(僧伽藍摩)라 했고 줄여서 가람이라고 표기한다. 아울러 불교 최초의 사찰은 죽림정사다.
마음 낮춘 사람들 보금자리
‘절 많이 하는 곳’이란 풍문도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고 왕사성을 찾았을 때, ‘칼란다’라는 대상(大商)이 부처님에게 기증한 죽림(竹林) 동산에 빔비사라 왕이 지어 바친 절이다. 당초엔 단순한 공동주거지였으나,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점차 종교의례를 집행하는 성소(聖所)로 성격이 변화했다.
한편 절을 일컫는 한자인 ‘寺(사)’는 ‘흙 토(土)’와 ‘마디 촌(寸)’이 위아래로 들붙은 모양새다. 처음엔 ‘정해진 법률에 따라 토지를 관리하는 기관’이란 의미에 따라 관공서의 개념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의 사신들이 머물던 숙소도 ‘寺’였는데,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1세기 후반 후한(後漢) 시대에 인도의 스님들이 대거 몰려와 ‘寺’에 묵으면서 지금의 사찰이란 어의를 지니게 됐다는 전언이다. 찰(刹)은 산스크리트 kṣetra의 음차(音差)로, 국토 혹은 영역으로 번역된다.
알다시피 사찰의 순우리말은 ‘절’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찰을 ‘절’이라 부르게 된 이유는 확실치 않다. 다만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아도(阿道)스님의 일화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아도스님은 지역 상인이었던 모례(毛禮)의 가택에서 머슴으로 기거하면서 은밀하게 불법을 전파했다.
이후 공주의 병을 낫게 하거나 어느 날 한겨울 눈밭에서 칡넝쿨을 자라게 하는 등 스님의 신비로운 이적(異蹟)에 감화된 모례는 존경의 표시로 사찰을 지어 바쳤다. 바로 구미에 있는 신라 최초의 사찰인 도리사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렇듯 신라불교의 창시자인 아도스님을 따르는 무리가 많아지면서, 모례의 집도 유명세를 탔다. 마당에 있는 모례의 우물은 문화재자료 제296호로 등재돼 있다. 이러한 연유로 모례의 우리말인 ‘털레’가 ‘절’로 바뀌었다는 추측이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절을 ‘데라’라고 하는데, 빨리어로 장로(長老)를 뜻하는 테라(Thera)에서 왔다는 설과 함께 ‘털레의 집’에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로 나뉜다.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그만큼 오래됐음을 시사하는 반증이다.
일각에선 절을 많이 하는 곳이기 때문에 절이라고 한다는 풍문도 있다. 사찰이 한없이 마음을 낮춘 사람들의 온순한 보금자리라는 점을 감한하면, 그럴듯한 해석이다. 고요한 산사는 언제나 정갈하고 또한 겸허하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죽음을 생각하는 것 (0) | 2015.04.23 |
---|---|
[스크랩] 삼계(三界)에 대하여 (0) | 2015.04.19 |
[스크랩] 극락세게 하루는 이렇게 이루어 진다 (0) | 2015.04.10 |
[스크랩] 영원한 행복의 길 (0) | 2015.04.10 |
[스크랩] 부처님 공양을 하루 한끼만 올리는 것은 (0) | 201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