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두루 알려졌다시피 부처님이 이 땅에 태어나자마자 외친 일성(一聲)이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불교의 지고한 가치인 ‘본래부처’란 무엇인가를 일러주는 최상의 활구(活句)다. ‘나’란 부처님 본인만이 아니라 개별자 전체를 아우른다.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과 연결되는 맥락이다. 나아가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고 있다’는 말은, 각자의 생명은 그 자체로 부처이며 그저 존재함으로써 존귀하다는 논리라고 의역할 수 있다. 아울러 누구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이므로, 바로 다음 구절인 ‘삼계개고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 온 세상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해주겠다)’가 가능해진다.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부처임을 자각하게 되면, 과거의 치욕과 현재의 절망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세계평화의 첫걸음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우뚝 서 있다’라는 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져 있는 조건, 곧 절대적인 고독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대신 죽어줄 수 없다.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인생은 필연적으로 외롭고 고되며 혼란스럽다. 누군가 나의 아픔을 위로해줄 순 있어도 대속해주지는 못한다. 독존(獨尊)을 꿈꿀수록 독존(獨存)의 현실만 뚜렷해진다. 이웃과 마음을 나눈다지만 몸에 소속된 마음은 응당 각자의 몸을 위해 복무하게 마련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비극성을 뼈저리게 느끼던 분이다.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 살아가야 하느냐”는 수제자 아난의 탄식에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믿으라”고 다독였다.
그 불빛에 따라 자신의 길을 슬기롭고 강인하게 헤쳐가야 하는 숙명을 갖는다. 힘들고 괴롭다면, 그만큼 인생의 무게를 열심히 버텨내고 있다는 증거다. 더러워서 못 살겠다는 삶도, 그 더러움의 크기만큼 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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