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으로 점철된 중생심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각자의 관점(業)에서 헤아리기(思量) 때문입니다. 교리에서 비슷한 일례를 들자면 똑같은 물이라도 천신은 보배로 장식된 곳, 인간은 물, 아귀는 피고름, 물고기는 보금자리로 여긴다고 하였습니다(一水四見). 하나의 대상이지만 견해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對於同一境界 由於見者心識之不同). 그렇다면 공동의 정의나 개념도 사회적 약속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약속들이 모여 체계를 갖추고 학습되는 과정에서 커다란 관점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 ‘있다(有, 常見)’와 ‘없다(無, 斷見)’를 들어서 ‘중도’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있다는 상견’은 세계가 상주불변하고 자아도 불멸하여 사후의 자아 역시 소멸되지 않고 재생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상속된다는 상주론입니다(世界爲常住不變 人類之自我不滅). 이같은 주장은 ‘모든 것은 인연의 성품을 따른다(一切法空)’는 이치에 배치됩니다. 즉 영원이나 상주는 과거, 현재, 미래에 항상 존재하여 생멸하거나 변화하지 않는다(常存在 永不生滅變易)는 뜻이므로 무상의 이치에 반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없다는 단견’은 세상과 나는 단멸로 돌아간다는 단멸론입니다(偏執世間及我 終歸斷滅之邪見). 이것은 나와 세간이 한 번뿐이라는 것으로 인과상속(因果相續)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이처럼 ‘영원’이나 ‘단멸’로는 일체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거나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혹자는 또 만물에는 정해진 성질, 즉 자성(自性)이 있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어떤 고유한 성질을 말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물이 액체가 되었다가 고체나 기체로 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정된 자성이 없기에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다면 곧 인연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자성의 부정이며 무자성의 긍정이 됩니다. 달리 말하면 인연의 긍정은 자성의 부정인데 이것을 ‘공(空)’이라고 합니다.
공이란 ‘일체의 존재는 실체가 아니다’는 것으로 ‘실체(實體)’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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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은 인연성의 부정으로써 마치 일층과 이층 없이 삼층이 홀로 존재한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3은 2와 1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1에 1을 더하면 1은 사라지고 2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1이 1이라는 자성을 가졌다면 1을 더하더라도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1하고 또 1이 될 뿐입니다. 일체는 이러한 인연을 따르기에 실체가 없다는 측면에서 달리 ‘공’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또 없는 것도 아니기에 잠시 존재한다는 의미로 ‘유(假)’라 합니다. 즉 ‘유’라 하더라도 절대의 ‘유’가 아니며, ‘공’이라 하더라도 절대의 ‘무’도 아닌데 <반야심경>의 표현을 빌리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입니다. 요약하면 무자성이라서 실체가 아니므로 인연을 따르기에 ‘공’이라 하고 그 의미는 ‘중도’인 것입니다.
중도란 전체를 아우르는 견해로써 크게 보면 직관적인 것과 분석적인 표현방식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한 양식의 차이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유무’, ‘인연’, ‘공’, ‘중도’ 등의 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동시에 나타내는 직관적인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을 보면 산이고, 물을 보면 물이었다. 그러다 뒷날 산을 보니 산이 아니고, 물을 보니 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마음이 쉰 자리에서 전처럼 산을 보니, 단지 산이고 물을 보면 단지 물이다(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是水. 及至後來 親見知識 有個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個休歇處 依前見山只是山 見水只是水).”<오등회원>
산이나 물이나 할 것이 없이 모두 인연이 화합된 것입니다(凡山河大地皆由四大假合而成) 이것을 다시 ‘인연’, ‘공’ 등의 불교 술어를 빌린 분석적인 표현은 이렇습니다. “인연으로 존재하니 그것을 공이라 하나, 이 또한 가명이며 중도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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