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뭉치’는 마왕 모습 나타내
치열하게 수행 싯달타가 ‘보살’
경전을 보면 ‘인욕의 갑옷을 입고’라는 문장을 자주 만납니다.
웬만한 대승경전에는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대지도론>제15권에 따르면 싯달타 태자가 성을 나와 6년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 정좌하고 앉는 바로 그 장면에서 이 표현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왕자의 지위를 박차고 성을 나왔으므로 이제 더 이상 왕자로 불릴 수도 없습니다. 아직 부처가 되기 전이니 부처님이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경전에서는 부처가 되기 직전 치열하게 수행하는 싯달타를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궁전에서의 화려한 생활도 속절없고, 살과 뼈를 태울 정도의 무시무시한 고행도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보살은 네란자라 강가로 비틀거리며 들어가 맑은 물로 몸을 씻어냅니다. 그리고 마음을 안정되게 해줄 자리를 찾은 끝에 보리수 아래에 가부좌를 맺고 앉습니다.
이제 막 인류 역사에 붓다라는 존재가 출현할 즈음입니다. 붓다가 출현한다는 것은 인간의 약한 면을 파고들던 번뇌라는 도둑에게는 치명타입니다. 번뇌는 이제 막 붓다가 되려는 보살에게 한꺼번에 저항합니다. 바로 이 장면이 보리수 아래에서 마군 즉 악마의 군대와 한판 전투를 벌이는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입니다.
‘번뇌 뭉치’는 마왕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이렇게 보살에게 으름장을 놓습니다.
“크샤트리아의 아들이여, 보아하니 그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러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라. 왕궁의 재물을 가지고 보시해서 이번 생도 복을 받고 다음 생에서도 천상에 태어나 즐거움을 만끽하라. 헛수고 하지 말라. 내가 이렇게 진심으로 충고하건만 끝까지 거역한다면 내가 군사를 불러와서 그대를 날려버리겠다.”
하지만 보살은 담담하게 대꾸합니다.
“나는 그대의 막강한 내군(內軍)도 무찌를 자신이 있거늘 외군(外軍) 쯤이야 말해 무엇할까.”
마왕이 묻습니다.
“나의 내군이라니 그게 무엇인가?”
내군이란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번뇌인데 바로 여기에서 저 유명한 시가 등장합니다.
‘너의 첫 번째 졸병인 욕망, 두 번째 졸병인 근심
세 번째 졸병인 굶주림과 갈증, 네 번째 졸병인 갈애
다섯째 졸병인 졸음, 여섯째 졸병인 두려움
일곱째 졸병인 의심과 뉘우침, 여덟째 졸병인 성냄
세속의 이익과 헛된 명예가 아홉째 졸병이요,
교만해서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 열 번째 졸병이다.
이 같은 그대의 졸병(內軍)들이
출가한 사람을 홀리고 번뇌에 빠뜨리니
나는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네 졸병들을 무찌르고
불도를 이룬 뒤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겠노라.’
그리하여 깨달음(번뇌)과 번뇌(마군)가 일대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마왕의 졸병(魔軍)이라는 번뇌가 총공격을 감행하자 혈혈단신 보살은 홀로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없습니다. 보살은 인욕의 갑옷을 입고, 지혜의 칼과 선정의 방패를 들고서, 마왕의 졸병이 쏘아대는 번뇌의 화살을 막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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