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스님, “임제종풍 법통” 주장은 모순
대혜 이전 선사들 행적은 의미 없나?
부처님 가르침은 대부분 근기설법으로 방편설이다. 그렇다면 간화선만이 절대적 깨침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묵조선 수행에도 분명히 근기가 적합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대혜선사가 배격했다고 우리까지 그대로 답습할 필요가 있을까.
조계종은 선종위주인 대혜종고(大慧宗)가 주장한 간화선(看) 방편수행을 표방하고 발전해 오면서 조계종 승풍을 진작시키고 선지(旨)를 선양했다. 대혜종고가 표방한 간화선은 한국불교사에서 역사적 사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제까지 간화선 위주 수행풍토는 간화선의 절대성으로 인해 기타 수행은 배척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모든 선법 기원은 부처님이 설하신 사선팔정에서 비롯했다. 비록 중국선이 여래선 조사선 간화선 묵조선(默照) 등으로 나뉘지만 큰 틀에서 깊이 살펴보면 묵조선은 위빠사나수행의 연장이며 간화선은 삼마띠 수행의 연장은 아닐까? 사실 묵조선은 정(定) 방면에 치중한 측면이 있고 간화선은 혜(慧) 방면을 강조한 경향이 있다. 어쩌면 이 두 종류의 선은 포장만 바뀌었지 포장 안의 내용물은 큰 변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송대의 선법은 주로 임제(臨濟, 간화선)와 조동(曹洞, 묵조선) 양가 선풍이 가장 성행했으며 서로 대립관계를 이뤄왔다. 간화선은 오직 옛사람의 화두를 진실하게 오래오래 참구하면 마침내 개오할 수 있다는 대혜종고 종풍을 말한다. 간(看)은 본다는 뜻이고 화(話)는 공안의 뜻이다. 간화선은 흔히 말하기를 선혜후정(先慧後定)이라고 하고 묵조선은 선정후혜(先定後慧)라고들 한다. 간화선 기원을 소급해 보면 당나라 때 조주스님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을 시조로 하고 있다.
대혜선사는 옛 선사들의 공안이 절대적으로 조사선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하고 공안 상에서 진정으로 선의 세계를 체험해서 나타내 보일 수 없다면서 공안을 통한 다른 수행방법을 모색했고, 그것이 간화선이다. 간화선은 공안 중에서 어떤 어구 제목을 가지고 참구해서 일체 사량분별 등을 소멸해야 진정으로 선종에서 주장하는 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간화선은 단(斷, 끊는 것)과 의(疑, 의구심)를 중요하게 여기며 반드시 단과 의을 통해서만 오(悟)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며, 단은 반드시 심중에 있는 일체지식 관념 사량분별과 정신활동 주체인 마음까지도 내려놓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의는 의심의문을 갖는 의정(疑情)은 믿음과 의(疑)가 중요하다고 하며, 신(信)과 의(疑)가 결합해서 서로 충만할 때 비로소 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의심 경중에 따라서 대의(大疑, 큰 의구심)하면 대오(大悟)하고 소의(小疑, 적은 의구심)하면 소오(小悟)하고 의심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곧 화두참구 하는 공부 방법이라는 것이다.
묵(默)은 천묵전심좌선(默專心坐禪, 묵묵히 마음을 집중해서 좌선)을 가르키고 조(照)는 원래의 청정한 영지심성(淨靈知心性)을 지혜로 관조하는 것이다. 묵조선은 수묵(守默, 묵묵함을 지키는 것)과 반야를 관조해서 서로 결합하는 선법으로 체용 결합을 수용해서 수행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묵 속에 조가 있고(默有照) 조체가 묵을 나타내고(照體現默) 묵조가 상즉하며(默照相), 조중에서 묵을 잃으면 안되고(照中不能失默) 묵중에서 조를 잃어서도 안되며(默中不能失照), 다만 묵조가 서로 은근히 주고 받으며(默照宛轉回互) 서로 상부상조해서 이가 원만무애해서(理圓無) 묵조 이가 원만해 지면(默照理圓) 비로소 철저한 깨달음에 이른다”(才能透頂透底)라고 <굉지선사광록(宏智禪師廣錄)>에 기록하고 있다.
대해선사가 옛 선사들의 공안이 절대적으로 조사선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간화선을 제창했다면 대해 이전 선사들 행적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서로 인가를 해주면서 이어왔다고 하는 법맥은 또한 무엇이며 이전 조사들이 진정으로 선의 경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대혜스님 자신 법통은 임제종풍이라고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모순이 아닌가?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모든 중생 여래 만나 여래의 부모돼 (0) | 2014.02.02 |
---|---|
[스크랩] 참 나는 마음이 근본이다 (0) | 2014.02.02 |
[스크랩] 미혹과 깨달음 (0) | 2013.12.26 |
[스크랩] 깨달음의 대화 (0) | 2013.12.16 |
[스크랩] 오욕 [五欲] 대하여 (0) | 2013.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