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실 때였다. 아난이 탁발을 하기 위하여 성안에 나갔다가 6사(師) 외도의 한 무리인 범지(梵志)를 만났다. 범지는 아난에게 구담 곧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서 7일 만에 어머니를 죽게 한 불효자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아난은 부처님께 돌아와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효도해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고 묻는다.
부처님은 아난을 비롯한 대중에게 말한다.
“여래는 모든 중생으로부터 수많은 몸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이 여래를 만나서 여래의 부모가 되기도 하였고 여래가 모든 중생들의 부모가 되기도 하였다. 여래는 모든 부모를 위하여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하였고 버리기 어려운 것들도 버렸으며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였다. 여래는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았기 때문에 무상보리를 얻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과거에 수사제(須斯提)라는 사람이 자신의 살을 베어 부모에게 봉양하였다는 전생담을 설하자 설법을 듣던 대중이 모두 감격을 한다.
불교에서는 은혜의 종류를 네 가지로 구분하여 말하는 사은설(四恩說)이 있다. 먼저 부모의 은혜를 말하고 다음 중생의 은혜를 말한다. 나라의 은혜는 옛날에는 국왕의 은혜라고 말했다. 그리고 삼보(三寶)의 은혜를 들어 사은(四恩)이라 했다. 중생들이 이 네 가지 은혜를 입고 있으며 이 은혜를 갚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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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은혜는 인간의 기본윤리를 세우는 중심이 된다. 인륜(人倫)의 최우선 가지를 가지는 것이라 천륜(天倫)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버지는 자은(慈恩)이 있고 어머니는 비은(悲恩)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생들이 누리는 생이 세세생생 계속된다 하면서 생마다의 부모가 있었다는 다생부모설(多生父母說)이 있다. 이 다생부모란 말은 묘한 뉘앙스를 갖고 있는 말이다. 전생의 인연을 소급하여 말하면 금생에는 비록 내가 모르는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전생의 인연이 맺혀져 있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종횡으로 마치 그물처럼 걸쳐진 네트워크와 같은 인연관계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를 설한 또 다른 경전인 <부모은중경>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느 날 부처님이 길을 가다가 해골더미를 발견하고 땅에 엎으려 큰절을 하였다. 이때 아난이 의아스러워, “만인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어째서 길가에 버려진 해골에 예배를 하십니까?”라고 묻자, 부처님은 아난에게 “이 해골이 혹 과거 전생에 나의 조상이거나 부모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부모와 조상을 공경하는 뜻에서 이 해골에 절을 한 것이다”고 하였다. 길가에 버려진 해골더미에 절을 한 것이생각해서 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 경에는 다생부모의 10가지 은혜를 낱낱이 설해 놓기도 하였다.
중생의 은혜란 모든 중생이 나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중생이 무시이래로 생사를 거듭하면서 서로 부모가 된 인연이 있다는 다생부모설과 관계가 있는 말이다. 물론 남이 없이는 나 혼자 살 수 없으므로 사회의 은혜도 중생의 은혜에 포함된다.
국왕의 은혜는 나라가 있어야 백성들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보의 은혜는 불(佛)·법(法)·승(僧) 삼보의 큰 덕(德)이 있어 중생이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부사의은(不思議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때로는 삼보의 은혜 대신에 스승의 은혜를 넣어 사은이라 하기도 한다. 이 사은은 중생의 삶이 보장되는 근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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