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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스크랩] 空을 바로 볼지 알아야 한다

 

‘소금 한 움큼’에 ‘空집착’을 비유

온갖 번뇌가 마음 붙잡지 못해야

어느 날, 시골사람이 귀한 신분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하얀 가루를 지니고 다니면서 고기나 나물반찬을 먹을 때면 그 가루를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사람이 신기해서 물었습니다.

“그게 뭡니까?”

“아, 이거요? 소금이라는 것입니다. 음식에 뿌리면 아주 맛이 좋아지지요.”

생전 처음 소금이라는 걸 본 시골사람은 이 말을 듣자 생각했습니다.

‘음식에 넣으면 음식 맛이 좋아진다고? 그렇다면 그 소금 자체는 얼마나 맛이 좋단 말인가? 한 번 먹어봐야겠다.’

그리하여 시골사람은 소금을 한줌 집어서 입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지독하게 짜기만 해서 결국 입맛을 잃고 말았습니다. 시골사람은 속이 상해서 따졌습니다.

“당신 말만 믿고 소금을 한 움큼 집어먹었다가 지금 입맛을 버리고 말았소!”

그러자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 있나! 양을 잘 헤아려 음식에 섞어서 맛을 내야지 어떻게 소금만을 먹었단 말이오.”

<백유경>의 이 이야기는 <대지도론>제18권에서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데, 소금을 한 움큼 삼킨 남자는 ‘공’만 알면 다 된다고 생각해서 그 어떤 선업이나 수행을 하지 않고 오직 공만 얻겠다고 덤벼드는 남자를 비유하고 있습니다. 소금은 다른 재료의 맛을 도와주어서 아주 깊고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게 해주지만 그것만 먹은 바람에 입맛을 잃어버린 것처럼, 공의 이치 역시 그러하니 공에만 집착해 버리는 사람은 온갖 선근(善根)을 끊어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이제부터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비었다고 보기로 하자!”라고 이렇게 공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의 이치를 이렇게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견해라고 말합니다. 공의 이치란, 가득 차 있는 저 모든 것들의 내용물을 비워서 텅 비게 만드는 것(於諸法斷滅令空)도 아니요, 지혜방편으로써 관찰했기 때문에 공한 것도 아니라(不以智慧方便觀故空)는 말입니다. 이것은 그릇된 견해(邪見)이니, 모든 것이 스스로 자기성품이 텅 비었으니 이것이 진정한 공(眞空)이요, 이런 줄 알아야 제대로 된 견해(正見)라고 말합니다.

그릇된 견해를 가진 사람은 모든 법을 부수어 텅 비게(空) 만들어버리지만, 참답게 공을 관찰하는 사람은 모든 법이 진실로 공한 줄 아니, 이런 사람에게는 부서지는 것도 무너지는 것도 없습니다.

그릇된 견해를 가진 사람은 “모든 게 무소유야. 존재하는 건 없어”라고 말하면서 모든 법의 공한 모양(空相)에 마음이 붙들려서 논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공하다고 보는 사람은 모든 법이 텅 비었기 때문에 마음이 붙들릴 모양(取相)조차 없어서 논쟁을 벌이지 않습니다.

그릇된 견해를 가진 사람은 입으로는 공하다고 연신 말하면서 사랑스러운 대상에게는 사랑을, 성내게 만드는 대상에게는 분노를, 교만을 부릴 곳에는 교만을, 어리석음이 드러나는 곳에는 어리석음을 일으킵니다. 결국 스스로 망치게 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리고 온갖 악행을 짓고 모든 선한 일을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참다운 공을 보는 사람은 선한 법도 지으려고 하지 않으니 하물며 악한 일을 할 리는 만무입니다. 또한 진실로 공을 알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모든 번뇌가 일어나던 자리에서 다시는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공을 관찰하면 온갖 번뇌가 마음을 붙잡지 못하니, 그 마음은 마치 연기로도 어지럽힐 수 없고, 거센 빗줄기도 적실 수 없는 허공과도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공을 보고 아는 사람인 줄 알아야 한다고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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