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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스크랩] 모든 착각이 큰 슬픔이니라

 

 

모든 생명체 착각 안타까워

‘송곳’ 던져 버리면 빈부 없어

“세존이시여, 무엇을 큰 슬픔(大悲)이라 합니까?”

<사익범천소문경>에서 사익범천이 이렇게 여쭙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여래는 32가지 큰 슬픔으로 온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니, 그 32가지란,

① 이 세상에는 자아(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중생들은 이 이치를 믿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 채 자아라는 생각(我相, tma-saj)을 일으키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② 이 세상에는 중생(衆生)이라고 할 것이 없는데 중생들은 중생이라는 생각(衆生相, sattva-saj)을 일으키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③ 이 세상에는 영혼이 없는데, 중생들은 영혼이 있다고 생각(壽者相, jva-saj)하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④ 이 세상에는 개아(個我)가 없는데, 중생은 개아가 있다고 생각(人相, pudgala-saj)하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⑤ 이 세상은 있지 않은데, 중생은 있다는 생각에 머무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⑥ 이 세상은 머물지 않는데, 중생은 머문다고 생각하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⑦ 이 세상은 돌아갈 곳이 없는데, 중생은 돌아갈 곳을 (바라고) 좋아하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⑧ 이 세상은 나의 것이 없는데, 중생은 내 것이라 집착하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⑨ 이 세상은 소속된 곳이 없는데, 중생은 소속된 곳이 있다고 헤아리니, ⑩ 이 세상은 취할 것(取相)이 없는데 중생은 취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 ⑪ 이 세상은 나지 않는데 중생은 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으니, ⑫ 이 세상은 사라지지(退) 않는데 중생은 사라진다는 생각에 머무르니, ⑬ 이 세상은 더럽지 않은데 중생은 더러움에 집착하니, ⑭ 이 세상은 물듦을 떠나 있는데 중생에게는 물듦이 있으니, ⑮ 이 세상은 성냄을 떠나 있는데, 중생에게는 성냄이 있으니,  이 세상은 어리석음을 떠나 있는데, 중생에게는 어리석음이 있으니, 여래는 이에 커다란 슬픔을 일으킨다.”

여래의 슬픔은 바로 이렇게 모든 생명체들이 착각을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중생이 착각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래가 슬퍼한다고 하기 보다는, 착각을 하는 바람에 중생들이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니 바로 그 때문에 여래는 슬픔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착각을 하든 말든 내버려 두시오. 세상 산다는 게 다 그렇게 힘든 것인 줄 누가 모릅니까? 그러다 때로 즐거움도 찾아오지요.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면 거기서 또 사는 보람도 맛볼 수 있으니 그럼 된 것 아닙니까?”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소박하게 살던 생활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면 깊은 불안과 슬픔에 잠기는 것이 중생입니다. 당나라 때의 향엄지한(香嚴智閑) 스님은 이런 오도송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작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올해 가난이 진짜 가난이네. 작년에는 가난했어도 송곳 꽂을 땅은 있었는데, 올해 가난은 송곳마저 없구나.”

어떤 사람들은 꽂을 송곳마저 없으니 그야말로 극빈 중에 극빈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가느다란 송곳이나마 있기에 그걸 꽂을 땅이 있네 없네 따지느라 가난해져서 불행한 것이 우리네 중생들의 살림입니다. 그런 송곳 따위 휙 던져버리면 빈(貧)과 부(富)는 없을 텐데 말입니다. 여래의 커다란 슬픔은 계속 이어집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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