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이 펼쳐 보이는 세상을 떠올린다면
골치아픈 일들이 가볍게 보이지 않을지
여래의 선정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는 <잡아함경>에 수록되어 있는데, <대지도론> 제21권에서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 아난존자가 생각했습니다.
“과거 연각부처님 때는 시절이 좋고 사람들 수명이 길었으며 교화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 때는 시절이 나쁘고 사람들 수명이 짧으며 교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처님께서 불사를 마치지 못하신 채 열반에 드시면 어떻게 하지?”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 해가 뜰 때 아난은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 생각을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때 일출삼매(日出三昧)에 드셨습니다. 그런데 이때 부처님이 들어간 삼매의 경지는 그저 조용한 경지였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삼매에 들어서 매우 신기한 기적을 보이신 것입니다.
마치 해가 떠서 광명이 온 세상을 환히 비치듯 부처님 몸도 그와 같아서 온몸의 털구멍에서 광명을 두루 내뿜어 시방의 항하사 세계를 두루 비췄던 것입니다. 부처님 몸의 털구멍에서 내뿜는 광명 하나하나마다 칠보로 이루어진 천 개의 잎이 달린 연꽃이 피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모두 부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기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한 분 한 분의 모든 부처님이 전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빛을 내뿜었으며, 이 부처님들의 털구멍에서 내뿜는 광명 하나하나마다 칠보로 이루어진 천 개의 잎이 달린 연꽃이 피어 있었고, 그 연꽃 한 송이 한 송이 마다 부처님이 앉아 계셨던 것입니다.
이 모든 부처님들이 시방 항하사 세계를 두루 가득 채워서 중생들을 교화하시는데, 어떤 분은 설법을 하시면서, 어떤 분은 침묵으로, 어떤 분은 거니시면서 또 어떤 분은 몸에서 물이나 불을 내뿜는 신통변화를 보이셨습니다. 이와 같은 갖가지 방편으로 시방 다섯 갈래에 살고 있는 중생을 모두 제도하고 해탈케 하셨습니다.
아난존자는 제힘으로라면 이런 일은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 삼매의 경지는 사리불이나 목련존자 같은 분도 능히 짐작할 수 없는데 그 두 분의 경지에 많이 쳐지는 아난존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난존자는 이 모든 광경을 제 눈으로 목격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존자가 입을 딱 벌린 채 이 광경을 낱낱이 보고 있음을 아신 뒤 신족통을 거두시고 삼매에서 일어나서 물으셨습니다.
“아난이여, 이 일을 보았는가? 이 일을 들었는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아서 보고 또 들었습니다.”
“붓다에게는 이와 같은 힘이 있거늘, 능히 불사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은가?”
아난존자가 대답했습니다.
“부처님, 시방세계에 중생이 가득 차 있고 부처님 수명이 단 하루 남았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힘으로 반드시 불사를 완전하게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모든 부처님의 법은 한량없고 불가사의 합니다.”
대지도론 제21권에서는 이 일화를 인용한 뒤에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이로써 부처님은 선정을 갖추었음을 알아야 한다.”
기껏해야 3차원의 세상을 사는 우리와 달리 부처님은 이렇게 겹겹으로 중중으로 펼쳐진 공간을 사십니다. 부처님 선정이 펼쳐 보이는 세상을 떠올린다면 3차원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골치 아픈 일들이 조금은 가볍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염불이란 이처럼 부처님 삼매를 생각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활구 사구를 바로 알아 수행해야 한다 (0) | 2014.11.28 |
---|---|
[스크랩] 수행과 기도는 이렇게 하여야 한다 (0) | 2014.11.28 |
[스크랩] 오분 법신 (0) | 2014.11.16 |
[스크랩] 참 나의 실체를 깨달아야 한다 (0) | 2014.11.16 |
[스크랩] 그대는 스스로를 쏘지 못하는가 (0) | 2014.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