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한 마디에 밤송이가 목에 걸린 듯
숨쉬기 어렵고, 갑갑해져야 활구화두 시작
본문: 조주스님이 “차나 마시게” 했던 것과 비마스님이 나무집게를 들었던 것과 설봉스님이 나무공을 굴렸던 것과 화산스님이 “북 두드릴 줄 안다” 했던 것과 구지스님의 한 손가락과 귀종스님의 연자방아 돌리는 일과 현사스님이 (영운스님을) 깨닫지 못했다 한 것과 덕산스님의 방망이와 임제스님의 할이 모두 철두철미하게 알음알이(葛藤)를 뚝 끊어버린 것이다.
해설: 조주스님은 처음 온 사람이나 먼저 와보고 다시 온 사람이나 옆에서 지켜보던 원주나, 매번 말끝에 “차나 마시게(喫茶去)” 하고 말했다. 비마스님은 누구든지 와서 인사하고 법을 물으려고 하면, 집게를 가지고 “말을 해도 집게에 찝혀 죽을 것이고, 말하지 않아도 찝혀 죽을 것이다. 일러라” 하였다. 하지만 조카상좌 한 사람이 공부를 하고 인사드리러 왔다가, 미리 간파하고 품으로 파고드니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고 한다.
설봉스님은 나무 공 세 개를 가지고 있다가, 하나 굴리기도 하고 두 개 굴리기도 하고 세 개 굴리기도 하면서 “이 무슨 도리인고?” 하고 물었다. 화산스님은 누가 뭘 물어도 “북 두드릴 줄 안다” 하고 대답했다. 구지스님은 누구나 물어오면 한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입적할 무렵 대중에게 말하기를, “내가 천룡화상에게서 ‘한 손가락 선’을 얻은 뒤로, 일생 동안 써먹었지만 다 쓰질 못했다”고 했다.
귀종스님이 대중 운력 시간에 지나가는 유나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연자방아를 끌려고 갑니다” “연자방아야 네 마음대로 돌리겠지만, 중심에 꽂혀있는 나무축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게” 하였다. 영운스님이 노년에 고향땅에 돌아가서 그 지방에서 법을 펴고 있던 현사스님을 찾아갔다. 현사스님은 영운스님이 공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는, “내 감히 장담하건대 스님께서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였다. 그때 영운스님이 “그렇게 말하는 너는?” 하니까, 현사스님이 “그렇게 말해야 됩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아야 됩니다” 하고 수긍하고 서로 존경심을 표했다.
덕산스님은 학인을 지도할 때 자주 방망이로 때렸고, 임제스님도 학인을 교화할 때 종종 고함을 질렀다. 두 분의 가풍을 ‘덕산방 임제할(德山棒臨濟喝)’이라 한다.
옛 선사들의 대기대용은 사람을 죽였다 살리는 ‘살인도 활인검’이었다. 이런 대목에서 고인들의 뜻에 바로 계합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꽉 막혀야지, “어째서 그런 말을 했을까?” 한다든지 또는 “북 칠 줄 아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의심하면 백년하청으로 사구(死句)에 그치고 만다.
아주 미묘한 차이 하나로 활구(活句)와 사구가 천지현격으로 벌어지니 세밀하게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선지식의 한 마디 말에 즉시 밤송이가 목에 걸린 듯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사방에서 금강의 울타리가 조여 오는 듯 갑갑해져야지 비로소 활구화두가 시작되는 것이다. 즉 화두 상에 의심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의심해야지 활구도리를 들고 의심하는 것인지를 바르게 살필 수 있어야, 공부 길에서 헤매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만약 사구를 들고 의심하면, 마치 모래알로 밥을 찌는 것처럼 허송세월만 보내고 만다.
따라서 선지식의 한 마디를 듣자마자 바로 깨닫든지, 아니면 정신적인 벽에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어야 비로소 참의심에 나아가 활구화두를 들고 공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활구를 들고 의심하는 중에 여러 가지 경계가 나타나는데, 그런 경계를 모두 이겨내고 화두가 계속 성성해야 된다. 만일 화두가 경계에 나가떨어져서 희미해진다면, 그럴수록 화두를 바짝 잡들여서 방해하는 경계까지도 쳐부수는 용맹심으로 밀어붙여야지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어떤 경계가 방해해도, 화두 하나만 제대로 잡고 있으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활구’를 들어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화선 수행은 시절인연을 만나 명안종사의 지남(指南)과 호법(護法)을 받으며 공부해야, 공부상에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선지식은 학인으로 하여금 일언지하에 바로 참의심에 걸리게 하고, 갈래마다 나타나는 경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인도하는 위신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모든것을 갖추고 있으나 (0) | 2014.12.10 |
---|---|
[스크랩] 도에 들어가는 수행법 (0) | 2014.12.07 |
[스크랩] 수행과 기도는 이렇게 하여야 한다 (0) | 2014.11.28 |
[스크랩] 일출삼매 위신력을 보았는가 (0) | 2014.11.28 |
[스크랩] 오분 법신 (0) | 201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