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혼 위해 시설된 재회, 산 사람까지
깨달음으로 이끄는 인간 해방의 향연
외로움, 사람들은 대체로 보살펴 줄 이가 없으면 외로움을 느낀다. 남편은 아내가, 아내는 남편이, 자식은 부모가, 부모는 자식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지할 어느 한 쪽이 없어 외로운 이들을 두고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이는 혼자는 살아가기 어려우니 함께 힘을 합해 살아가라는 사회적 당위를 천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환과고독은 살아 있는 이들의 세상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적지 않은 문화권의 공통된 한 현상으로 인간의 생명이 다한 존재들도 외로울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생명이 다한 다음에 다른 어떤 존재가 있는지, 또는 그것을 무엇이라고 칭해야 하는지 등 원론적인 논의는 이곳에서 자세히 언급할 여유는 없다. 다만 그것에 대해 우리 인류가 형성해낸 문화양상을 중심으로 말길을 열어보자.
인간이 생명이 다하면 적당한 기간(대개 49일) 즉 영적인 상태인 중음신(中陰身)의 상태로 있다가 적합한 환경을 만나면 다시 탄생의 길로 접어든다고 이해하는 것이 불교 일반에서 설명하는 윤회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중음신은 스스로 선행을 지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없으므로 생전에 인연이 있는 후손들이 경전을 염송해주거나 죽은 이를 위해 부처님이나 보살님,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베푸는 선행을 쌓아주면 그 공덕으로 중음신이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불교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사상에 의거하여 사람이 죽은 다음 49일간 경전을 염송하고 매 7일마다 재를 올려 공덕을 닦아준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불교 일반에서 널리 행해지는 49재요, 칠칠재이다. 그런데 이 칠칠재를 베풀어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는 후손이나 인연이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후손이나 인연 있는 이들 가운데 신심이 없기 때문이다.
재를 지내주지 못해 죽은 이는 더 나은 길로 나아가지 못하자 죽은 이는 후손을 원망하며 후손 주변을 배회하며 재를 지내달라고 애걸한다. 이렇게 될 때 후손은 평안한 삶을 살지 못하고 고통을 받게 된다. 이때 이와 같은 과정을 잘 아는 이가 있어 후손들에게 권선하여 죽은 이(亡靈, 망령)를 위해 뒤늦게 재를 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추후에 올리는 재, ‘추천재’(천도재라고 주로 불림)라고 한다.
하지만 후손이 없는 죽은 이(孤魂, 고혼)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음을 알고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자신을 위해 재를 올리고 빌어 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렇지만 아무도 자신을 위해 선업을 닦아 줄 이가 없음을 알고 외롭게 떠돌며, 혹시나 하고 다른 이가 올리는 제사나 재회를 기웃거린다. 그렇지만 제사를 올려주는 곳에는 그 후손의 조상만을 불러 청해 제사를 올리므로, 고혼은 음식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지천을 떠도는 고혼이 많으면 많을수록 살아 있는 이들이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흔히 말하는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이다. 현대 과학을 신봉하는 사고에 익숙한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수용하지 않고 미신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것이다.
지천을 떠도는 고혼이 많아지면 국가에서 이들을 위해 오는 이를 막지 않는 무차(無遮)의 재회를 열어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달래준다. 이때 재는 점심을 지칭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무차재회는 ‘천지명양수륙재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명계와 양계, 다시 말해 명계의 고혼들과 양계의 인간들이 함께 재(음식)를 나누며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게 한다는 것이다. 고혼을 위해 시설된 재회는 고혼뿐만 아니라 산 자들까지 음식을 나누며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인간 해방의 향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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