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출현하시기 전에는, 인류가 미망(迷妄)을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게 살았다. 하지만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스스로 미망에서 벗어난 후 뒷사람에게 그 길을 전하셨다. 누구나 그 가르침대로만 공부하면 광명을 눈뜰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부처님을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그것을 받아서 지닌 역대 조사들께서 좀 더 쉽고 빠르게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참선법을 열어서, 번뇌 망상에서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치하였다. 이렇게 불조(佛祖)께서 길을 열어주신 덕분에 우리는 귀중한 공부인연을 가까이하게 되었으므로, 누구라도 그 가르침대로 공부하여 돈오무생(頓悟無生)을 노래하고 보살행을 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본문: 그리고 법안(法眼)의 견해 가시를 뽑아내어 본지풍광을 밝히니, 공겁 이전의 면목이 밝게 드러났다. 마음과 힘을 다하여 추위와 더위를 꺼리지 않고 뼈저리는 뜻과 고상한 행동으로 세 가닥 서까래 아래서 원숭이 같은 마음을 죽여 버리고 말같이 뛰는 의식을 죽여 버렸다. 그리하여 고목과 썩은 나무같이 하여 갑자기 뚫어버리니, 어찌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랴.
해설: 우리가 공부를 통하여 육안·천안·혜안·법안·불안의 오안(五眼)을 눈 열어야 하지만, 참된 공부인이라면 그 어디에도 머물고 집착하지 말고 공겁 이전의 면목을 밝게 드러내서 일체의 안목을 초탈하는 큰 힘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우나 더우나 가리지 않고 선방의 삼조연하(三條椽下)의 자리에 앉아 정진하면서, 바깥경계에 반연하여 원숭이처럼 동요하고 말처럼 내달리는 허망한 마음의 뿌리를 끊어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번 크게 죽은 자리, 즉 맑고 고요한 정중동(靜中動)의 호처(好處)에서 홀연히 본지풍광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을 고인(古人)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구리뭉치를 던져주고 거울을 만들라고 하면, 우선 이것을 펴기 위해 망치로 두드려야 한다. 이때는 되도록 짧은 시간 내에 사정없이 힘차게 두드려서, 가능한 한 평평하게 펴야 할 것이다. 비록 구리가 평평하게 펴졌다고 해서 당장 자기 얼굴이 비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거친 사포로 문지르고, 점차 미세한 것으로 자꾸 닦아내야 한다. 그렇게 문지르다 보면 어느 순간 홀연히 자기얼굴이 환하게 비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호처에 들어가면 3일 아니면 7일이면 공부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공부인으로 하여금 어떻게 행하게 해야 그런 인연을 만나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간화선이라는 수승한 공부법이다. 이런 간화(看話) 장치를 시설해 화두를 들게 할 수 있어야 비로소 눈 밝은 선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된 공부인이라면 선지식을 믿고, 그분이 시설한 금강권(金剛圈)과 율극봉(栗棘蓬)의 장치 속에 꼼짝없이 걸려들어서 크게 한번 죽었다가 마침내 은산철벽이 무너지는 통쾌함을 통해 살아 나와야 한다.
안목 있는 선지식이라면 믿고 들어온 공부인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천척(千尺)의 우물 속으로 확 밀어 넣어서, 스스로 살아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준다. 그야말로 명안종사의 고구정녕한 자비심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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