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망념’까지 다 녹이기 위해서는
끝까지 하심하고 은인자중 힘 길러
어디서라도 집착하는 마음 없어야
본문: 다시 저쪽으로 더 나아가서, 모든 성인들이 가두어도 갇히지 않고 모든 신령이 경모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으며, 모든 하늘이 꽃을 받들 길이 없는데, 마구니 외도가 어떻게 옆에서 엿볼 수 있으랴.
해설: 참다운 도인은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을 만큼 그 자취가 없고 흔적을 쓸어버리기 때문에, 귀신조차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법안(法眼)을 열게 되면 상(相)을 여읜 입장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한 바가 없이 본래 그러한 무소득(無所得)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따로 무언가 얻어서 이루고 지키는 것은 사마외도(邪魔外道)나 하는 짓이다.
원오극근 스님은 이 편지글을 통해서, 당신과 인연 되어진 납자를 격발시켜서 확실하게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끔 꼼짝없이 묶어 엮어놓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참 어지간한 솜씨를 지닌 선지식이 아니고서는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담금질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내용이 이 속에 담겨있다고 할 것이다.
본문: 지견을 놓아버리고 현묘함을 몰아내며 작용을 날려버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실 뿐이다.
해설: 참으로 이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남다른 모양이나 말솜씨를 모두 놓아버리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바보 멍청이처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견(知見)을 붙잡고 있으면 그것은 노새를 묶어놓는 말뚝이 되고, 아무리 현묘한 작용이라도 물에 비친 달(水月)이요 허공꽃(空華)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시절인연을 기다리는 형편에서는, 공부는 되었지만 바보처럼 모습을 지니고 쓰면서 때 되면 밥 먹고 때 되면 물마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원오스님은 아끼는 제자인 일서기(一書記)에게 철두철미하게 스스로를 감추고 세월을 보내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애초에 유심(有心)이니 무심(無心)이니 옳은 생각이니 잘못된 생각이니를 모르는데, 하물며 이제까지 배워 이해한 현묘함, 이치와 성품의 분류(分劑)와 명상(名相)에 꽉 막힌 지견과, ‘부처다, 법이다’ 하는 견해, 그리고 천지를 뒤흔들 세간의 지혜와 총명함에 연연하랴. 스스로를 얽어매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헤아린들 무슨 믿을 만한 점이 있으랴.
해설: 이 공부를 하면서 안목을 열었어도 마지막 미세망념(微細妄念)까지 다 녹이기 위해서는, 그저 멍청이처럼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이 요긴하다. 남들이 어떻게 되었든지 말았든지, 선지식이 이렇든 저렇든, 누가 공부를 잘하니 마니, 그런 것하고도 아무 상관없이 그저 때 되면 밥 먹고, 때 되면 잠자고 그저 허망한 사람처럼 모습 쓰고 있으면서 누가 와서 흔들어봐야 멍청한 것 그 이상이 안 보이도록 한동안 습기를 제거하면서 세월을 보내라는 것이다.
본문: 참으로 대장부라면 힘써 적을 이기고 여러 사람을 놀래게 해서, 자기의 본래 뜻과 발원이 만족해야만 본분의 큰 마음과 큰 견해로 크게 해탈하여 함이 없고 일 없는 참다운 도인이라 하겠다.
해설: 이 공부에는 발심과 원력이 중요한데, 참다운 대장부라면 세상의 명예와 권력을 얻는 것보다 본래면목을 제대로 밝혀 마음을 조복 받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므로 끝까지 하심하고 은인자중 힘을 길러서 마침내 어떤 경계를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아서 영원히 생사를 끊어 어떤 곳에서도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비로소 어느 누구가 오든지 부딪치면 부딪치는 대로 이익을 줄 수 있는 큰 그릇이 되는 것이다.
긴 기다림 끝에 모습을 확 바꿔서 법을 물어오는 상대방을 거머쥐고 공부되게끔 장치해줄 수 있는 법력을 마음껏 펴게 된다면, 이 이상의 더 좋은 불사(佛事)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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