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중생들 내동댕이치려는 게 아니다”
스스로 관찰 … ‘떠남의 수행’ 일환이기도
평소에 담담한 마음으로 지내시는 부처님은 어떤 때는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아주 깊은 선정에 들어 계실 때도 있습니다. 이런 부처님의 모습을 보면 간혹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오신 분이건만, 무슨 인연으로 언제나 선정에 들어계시는가?”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시 중생을 나 몰라라 내팽개친 것만 같아서 불안한 중생마음이 고스란히 배어나오는 의혹입니다. <대지도론> 제26권에서는 “부처님이 세상의 아픈 사정을 모른 채 중생들을 나몰라라 내동댕이치고서 고요한 선정에 들어가 머무시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이유가 있어서 선정에 드시는 것이라고 답하여 우리를 마음 놓게 해줍니다.
첫째, 대중들과 지내다보면 피로하고 지칠 때가 있으니 그럴 때 잠시 쉬는 것입니다.
둘째, 부처님은 세세생생 언제나 멀리 떠남의 수행(遠離行)을 해오셨으니, 예를 들자면, 모태에 계실 때에는 그 어머니도 멀리 떠남의 행을 즐기셨고, 성에서 40리나 떨어진 룸비니 숲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또 깨달음을 얻을 때에는 우루빌라 숲에서 홀로 나무 아래에 머무르신 채 성불하셨고, 처음 세상을 향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실 때 또한 녹야원에 머무셨고, 열반에 드실 때에는 사라나무 숲의 두 그루 나무 아래에 머무르셨습니다. 길고 긴 세월동안 이렇게 언제나 멀리 떠남의 수행을 즐기셨기에 부처님은 선정에 드는 것입니다.
셋째, 부처님은 언제나 담담한 마음(捨心)을 이루셨으므로 선정에 드십니다.
넷째, 부처님은 소란스럽거나 진실하지 않은 말이 넘쳐나는 곳에서 멀리 떠나 스스로 모든 부처님의 공덕 창고를 관찰하고, 또한 가장 맑고 깨끗한 즐거움을 누리시기 때문에 선정에 드십니다.
다섯째, 부처님은 설법을 마친 뒤 언제나 비구들에게 ‘반드시 좌선해서 나중에 뉘우치지 않도록 하라’고 이르시며, 당신께서도 말씀 그대로 몸소 행하시기 때문에 선정에 드십니다.
여섯째, 공양을 꺼리시지만 어떤 중생을 제도해야 하는지 아시기 때문에 선정에 들어서 똑같은 부처님을 만들어내어서(化人) 그곳으로 가셔서 그를 제도합니다.
일곱째, 선정은 서툰데 많은 지혜를 지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몸으로 선을 행하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정에 드십니다.
여덟째, 간혹 어떤 사람은 늘 부처님을 뵙다가 싫증나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향해 아쉬움을 일으키게 합니다.
아홉째, 부처님은 후세의 예법(作法)을 위해 좌선하시고, 또한 부처님 스스로도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나서 제자들에게 그 일을 맡기신 뒤에 선정에 드십니다.
열째, 부처님은 선정과 지혜의 두 가지 모습을 나타내서 중생을 포용하시니, 대중 가운데에서 설법하실 때는 지혜를,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거두실 때에는 선정을 나타내십니다.
열한째, 중생은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세 가지로 행동하니, ①맘에 드는 대상을 보면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키고, ②혐오스런 대상을 보면 근심과 괴로움을 일으키며, ③딱히 자신을 즐겁게 하거나 괴롭게 하지 않는 대상을 보면 담담한 마음을 나타냅니다. 법에 대해서도 그러하니, 부처님 또한 이 사바세계에 자유롭게 머무시는데 기쁘고 즐겁거나 괴로운 지경에 처해서도 능히 담담한 마음을 일으키십니다. 성여의(聖如意, 더러운 것도 깨끗하게, 깨끗한 것도 더럽게 보는, 붓다만이 지닌 능력, <대지도론> 제5권에서 언급)에서 설한 바와 같으니 이와 같은 갖가지 인연으로 부처님은 선정에 드시는 것이니 중생의 처지를 모른 채 저들을 상대하지 않고 저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혹시 부처님이 홀로 선정에 드시더라도 버림을 받았다며 서운해하지 말라는 것이 <대지도론>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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