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거나
고락 반반인 사바는 감내하는 곳
한 때 왕성한 세력을 힘 삼아도
무상의 이치 따라 쇠퇴하기 마련
누구나 힘으로 삼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믿는 것이 있으면 안심되기 때문인데, 그것이 권력이나 재물일 수도 있고 가치나 신념일 수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영원하지 않는 것을 영원으로,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로 믿어 자타(自他)를 동시에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건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은 변화의 속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대상의 생멸 기간이 길어서 영원하다고 우기는 것입니다. 또는 선(善)과 악(惡)은 서로를 포함한 ‘상대’ 개념인데도 ‘절대’ 선과 악을 운운하는 것은 마치 동전은 양면이 아니라 한 면만 있다고 억지 부리는 것과 같습니다.
무언가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자신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각자의 역량에 따라 삶의 자량을 열심히 모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개개인의 성향이나 환경에 따라 힘으로 삼는 종류도 다양할 텐데, 무엇을 믿고 의지하든 재난과 불행을 피하고 안심과 풍요를 바랄 것입니다. 한편 이미 가진 것으로 힘을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권력을 가졌다면, 그것을 믿고 또 무소불위의 힘도 써보고 싶을 것입니다. 막상 하고나면 별것 아니더라도 하지 못하였을 때는 하고싶은 것이 중생심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힘이라고 철석같이 믿어도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처럼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때의 힘(權不十年)만 믿고 자만하여 함부로 하였다면, 그에 따른 인과응보와 맞닥뜨려야 합니다. 이렇게 중생이 믿고 의지하는 것을 <출요경>에서 다섯 가지(衆生五事恃)로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중생들은 다섯 가지를 믿는다. 그 다섯이란 첫째는 젊음을 믿으며, 둘째는 아름다움을 믿고, 셋째는 세력을 믿으며, 넷째는 재주를 믿고, 다섯째는 귀한 종족임을 믿는 것이다. 지금 그대들은 소곤거리기도 하고 크게 웃기도 하는데 대체 무엇을 믿는가(一切衆生自憑五事 何謂爲五 一者恃年少 二者恃端正 三者恃力勢 四者恃才器 五者恃貴族卿等 七人小語大笑恃何等).”
시호(恃)란 ‘믿다, 의지하다, 힘입다, 기대다(倚賴)’ 등의 뜻으로 중생이 힘을 삼아 의지하는 모습입니다. 경쟁관계에서 믿는 구석이 있으면 남들보다 유리한 무언가를 하나 더 가진 것 같아 든든하겠지만, 과신하면 소홀한 부분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마치 자신의 힘만 믿어 타인의 능력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세력이 번성할 때일수록 인연의 도리를 따라 쇠퇴하는 무상(無常)을 동시에 살핍니다. 이 둘의 관계를 앞서 인용한 ‘중생이 믿는 다섯 가지’와 묶어 다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젊음’을 과신하여 혈기 왕성함을 힘 삼아 마음대로 행동하므로 늙어 쇠약해지는 핍박을 돌아보지 못합니다. 둘째, 단정한 ‘외모’를 힘 삼아 아양을 부리면서도 창피함을 몰라 추함의 핍박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셋째, 강성한 ‘세력’을 믿어 멋대로 위압과 복덕을 자행하고 사람을 능멸함에 거리낌이 없어 쇠퇴할 때 닥칠 재앙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넷째, 뛰어난 ‘재주’를 믿어 스스로를 높여서 남을 가볍게 여기므로 겪게 될 화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다섯째, 종족이 귀하고 지체 높아 건방을 떨면서 멋대로 타인을 업신여기므로 패망하였을 때를 생각지 못합니다.
성(盛)하고 쇠(衰)하는 상호관계에서 보면 위의 말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성쇠’가 이미 서로를 포함하는 상대적 개념이므로 ‘성’하면 ‘쇠’하고, ‘쇠’하면 ‘성’하는 것입니다. 만약 ‘성’이 항상(恒常)하다면 ‘쇠’하지 않을 것이며, ‘쇠’가 영원(永遠)하다면 ‘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하지도 항상하지도 않으므로 무상(無常)이라 합니다. 설사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있더라도 ‘무상’의 이치는 명확하여 항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상의 의미를 알면서도 성하면 즐겁고 쇠하면 괴로운 일희일비(一喜一悲)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처럼 성쇠의 고락이나 선악의 인과가 교차하는 속에서 뭇 생명들이 사는 무상한 이곳을 ‘사바(娑婆)’라 하는데, 그 의미는 ‘참고 견뎌야 한다(堪忍)’는 뜻입니다. 즉 ‘고통은 많지만 즐거움이 적은(苦多樂少)’ 사바세계이기에 <잡보장경> 같은 곳에서 “때의 맞고 틀림과 힘이 있고 없음을 살피고 부귀와 성쇠를 잘 관찰하라(觀時非時力無力 能觀富貴及衰滅)” 이르는 것입니다.
'설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집착하지 않을때 큰 공덕을 이룬다 (0) | 2016.08.10 |
---|---|
[스크랩] 모든법은 연생연멸 (緣生緣滅)인연에 생기고 소멸된다 (0) | 2016.07.28 |
[스크랩] 법게의 살림 (0) | 2016.06.24 |
[스크랩] 탐욕의 첫 시작은 [좀 더]가 시작이다 (0) | 2016.06.14 |
[스크랩] 욕심은 재앙을 부른다 (0) | 2016.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