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이 돈을 버는 것을 불교의 업사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쁜 행위라는 인은 수많은 연을 만나서 결과를 이루는데 연에 따라 나쁜 행위라는 인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상이 험하고 불공정하며 불법이 판을 친다면 나쁜 행위가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조건이 동등하다면 나쁜 행위는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적 행위가 반드시 부자를 만든다는 섣부른 결론은 위험하다. 연기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불공정, 불합리, 불법의 세상이기에 ‘돈, 돈’하며 미친 듯이 돈만 추구하는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로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윤리적인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번다. 문제는 모든 조건이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잡아함경>은 “세상 사람들은 천한 직업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재물을 구해 살아가면서 또 큰 부자가 된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의 다 아는 바로써 세상 사람이 아는 바와 같이 나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고 설한다. 못된 짓을 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올바른 행위를 하라고 하신 것일까?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불교는 인과법을 주장하므로 나쁜 행위는 반드시 나쁜 결과를 낳게 돼 있다. 결과는 하나만이 아니다. 못된 짓으로 돈 좀 벌었다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몇 년 뒤 몇 십 년 뒤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수명을 조사했더니 좋은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이 겪은 트라우마는 자식 세대와 그 이후 후손에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정신적 충격이 후세에 전달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발견이다. 따라서 세상에 불법이 판을 친 덕분에 못된 짓으로 부자가 됐다고 해도 못된 짓은 부자가 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고 자손에 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돈 벌 때만 못된 짓 할리가 없고 자식에게도 못되게 굴 것이며 아내나 남편에게 못된 짓을 할 터인데 그 영향은 반드시 남을 것이다. 당장은 부자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앙심을 품어 수십 년 뒤에 복수할 수도 있고 내 수명은 단축될 것이다.
따라서 불자에게는 선택이 있다. 부처님 말씀대로 윤리적으로 돈을 벌 것인지, 비윤리적으로 돈을 벌 것인지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윤리적으로 돈을 번다면 어떻게 벌어야 하는 것일까? 잡아함경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쓰여 있다. 즉, 내가 싫은 일은 남에게도 안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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