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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스크랩] 선정바라밀

보살의 선정, 남 위한 대비행

‘선정은 참 좋은 맛’ 암시해…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상투를 튼 수행자로서 상사리(尙梨, akhycrya)라는 이름을 지녔을 때 일입니다. 상사리 선인(仙人)은 언제나 즐겨 선정에 들었습니다. 어느 날 선인은 나무 아래에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여느 때처럼 선정의 네 번째 단계에 들어서 들고 나는 호흡을 멈춘 채 가만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미 새 한 마리가 선인을 나무라 착각해서 날아오더니 그만 상투 속에 알을 낳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때 선인은 선정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다 자기 머리 위 상투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차린 순간, 동작을 멈췄습니다.

‘내가 지금 몸을 움직여 일으킨다면 어미 새는 무서워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 알들은 그대로 죽고 말겠지.’

그는 다시 선정에 들었습니다. 어미 새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알을 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알은 부화가 되었고 어미 새는 새끼를 데리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런 뒤에야 선인은 선정에서 깨어났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일어섰습니다.(<대지도론>제17권)

보살의 선정은 이처럼 남을 위한 대비행이어야 하며 이런 선정이야말로 선정바라밀이라 불릴 만하다고 <대지도론>에서는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살은 선정바라밀에 들어서도 천안(天眼)으로 다섯 갈래에 살고 있는 중생을 관찰하는데, 색계에 태어난 자들이 선정의 즐거움이라는 맛을 보느라 결국 축생계에 떨어져 갖가지 괴로움을 받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또 욕계에서도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는 천상의 중생들이 꽃과 향기가 진동하는 칠보 연못에서 온갖 쾌락을 누리다 훗날 끓어오르는 똥물지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나아가 인간들도 세속의 지혜로 무장하고 말솜씨가 뛰어나더라도 진리를 얻지 못한 까닭에 돼지나 양 등의 가축으로 태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커다란 즐거움을 잃고 커다란 괴로움을 얻으며, 커다란 이익을 잃고 큰 쇠락을 얻으며, 존귀함을 잃고 비천함을 얻는 중생들의 모습을 보자니 보살의 마음에 이들 중생을 향한 슬픔(悲心)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픔은 점점 커져서 커다란 연민(大悲)이 되니, 결국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하여 마침내 부처님 도를 얻습니다.

선정바라밀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으니 어지럽지 않고(不亂) 맛들이지 않는다(不味)는 것입니다.

어지러움에는 다시 미세하고 거친 구별이 있으니, 미세한 어지러움이란 애욕과 교만과 그릇된 견해가 많은 것입니다. 애욕이 많다는 것은 선정의 즐거움을 얻어 마음이 맛에 집착하고 사랑하는 것이요, 교만이 많다는 것은 선정을 얻었을 때에 어려운 경지를 얻었다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것이요, 그릇된 견해가 많다는 것은 ‘나’라는 견해를 가지고 선정에 들어가 분별하고 상(相)을 취해서 ‘이것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미세한 어지러움(微細亂)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친 어지러움(亂)이란 이 미세한 어지러움 때문에 선정에서 물러나 탐진치 세 가지 번뇌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정에 맛 들인다는 것은 처음 선정을 얻었을 때 일심으로 즐겨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지럽지 않고 맛 들이지 않아야 선정바라밀이라는 말은 오히려 ‘선정은 참으로 좋은 맛’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 맛이 훌륭한 줄 알지만 그 맛에 휘둘리지 않는 것, 이것이 선정바라밀이라며 <대지도론>제17권은 선정바라밀 설명을 끝맺습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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