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꿈 못깬 이는 부처님 말씀 의지
어중간한 상태가 설 미친 것 같아 곤란
여기에서 곧바로 알아차려 쓰고 싶으면 쓰고, 가고 싶으면 갈 뿐, 허다한 일들이 없다.
마음씀(心行)이 익어져 모든 것을 단박 놓아버리면, 어디에서든지 문득 쉬어서 안락하게 되어 종일토록 배부르게 밥 먹고 코를 골며 잠을 잔다고 해도 옳다 하리라.
마음을 찾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물을 찾는 것과 같아서, 따로 구하러 다닐 것이 아니다. 한 생각 돌이켜 누구나 밟고 있는 실상을 확인하면, 늘 이 속의 일이지 또 다른 일을 가지고 와서 뭘 어떻게 하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스스로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래 지혜로웠다는 것을 알면 주변이 다 편안했었다는 사실을 저절로 보게 된다. 본래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을 좀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고 길을 가야되는 것이다.
이 공부는 꿈에서 깨어나야 된다. 어느 날 시절인연 따라 문득 꿈을 깨고 보면, 늘 함께 해왔던 것이지 또 다른 일이 없다. 하지만 꿈을 깨기 전에는 찾고 구하는 허망함을 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성인께서 우리 곁에 오시지 않았다면, 어찌 우리가 어리석음을 지혜로움으로 바꿔 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참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므로 아직 꿈을 깨지 못한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한바탕 공부인연에 나아가서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는 늘 그런 가능성을 열어 증명해왔다. 우리의 어리석음을 일깨울 수 있는 대자비를 베풀어 왔기 때문에, 그 가르침을 믿고 끝까지 실천하는 사람한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고 자신의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를 밝힌 사람은 본래 완전하기에 따로 가자할 것이 없어서,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어 해도 한 바가 없이 하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참사람인 것이다.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이다. 그림자를 인정하여 우러러보거나 소리를 듣되 그것을 따르지 않고, 맑고 고요한 성품을 꼭 붙들어 큰 보배를 얻은 양 가슴에 품고는 종일 소소영영하다고 하며, 잡된 알음알이로 스스로 자부하고 나도 한 소식 했다고 하는 것들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칫 어리석음에 도취되는 수가 있는데, 이런 어중간한 상태는 마치 설 미친 것과 같아서 참 곤란하다.
모두 경계를 법으로 잘못 알고 머무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참구 중에 부처님이나 보살의 모습이 나타나는 수가 있는데, 이럴 때 이 모습에 천착하고 도취되면 소위 법신변사(法身邊事)에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것은 모두 병통이지 참 공부가 아닌 것이다.
소리도 마찬가지고, 맑고 고요한 경계도 마찬가지다. 입정(入定)하면 고요하고 출정(出定)하면 깨지는 공부는 상대적인 이법(二法)으로서, 불이법(不二法)인 불법(佛法)과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맑고 고요하며 소소영영한 경계를 맛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것을 늘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공부로 삼는다. 그것을 마치 화두가 잘 들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오스님 때나 지금이나 이런 선병(禪病)에 떨어져 있는 공부인이 많은 것 같다. 어떤 특별한 경계라도 그것에 머물거나 집착하면 여지없이 법신변사에 떨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하루속히 명안종사를 찾아뵙고 점검받은 후 올바른 지남(指南)을 제시받는 것이 지혜로운 공부인의 모습이다.
하물며 알음알이를 가지고 한 소식했다고 자부하는 어리석음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아무리 기발한 알음알이라도, 그것으로는 생사를 대적하지 못한다. 지해(知解)는 반야를 가리기 때문에,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답답해진다. 이렇게 경계나 알음알이를 취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공부인이 부지기수라서, 옛사람들께서도 언제나 선지식에 의지해서 공부하라고 그토록 당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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