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것 자체가 불법〈佛法〉
일상 삶 떠나 수행완성 없어
부처님 재세시, 빤디따는 사위성에 사는 장자의 아들이었다. 그는 일곱 살에 출가해 사미가 되었다. 그가 출가한지 8일쯤, 사리불 존자와 함께 탁발하러 나갔다. 그들이 길을 가는 도중에 어느 농부가 자기 논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것을 본 사미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님, 물이란 본래 인식 기능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물을 누구든지 원하는 곳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까?" “그렇다. 누구나 자신들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물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시 두 사람은 길을 걸었다. 한참을 가다가 또 어떤 사람이 화살을 쏘는데 사용하는 활시위를 만들고 있었다. 그 사람은 대나무를 불에 가까이 대어 구부려 활시위를 만들고 있었는데, 사미는 활시위 만드는 사람을 유심히 보았다. 또 걸어가다가 사미는 목수가 나무를 톱으로 잘라 수레바퀴나 기타 유용한 물건 만드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의 몇 가지 행동을 유심히 지켜본 빤디따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인식 기능이 없는 물이지만 농부가 그것을 끌어들여 곡식을 자라게 하고, 구부러진 대나무 역시 인식 기능이 없지만 사람이 불에 가까이 대어 둥글게 하며, 나무도 인식 기능이 없는데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인식 기능을 가진 사람으로서, 마음을 다스려 내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왜 관찰(sati, 念)하지 못하는 걸까?’ 빤디따 사미가 이런 자책을 하면서 수도원으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리불에게 허락을 받아 수도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사미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수행에 전념했다. 이 어린 사미가 방에서 홀로 수행한지 8일 만에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 사미의 행동을 관찰한 뒤, 비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누구나 진지하게 수행코자 한다면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고 보호해준다. 저 어린 사미 빤디따는 농부가 자기 논에 물을 대는 것, 장인이 대나무를 활시위로 변형시키는 것, 그리고 목수가 나무로 수레바퀴 등을 만드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경책으로 삼아 자기 마음을 다스렸다. 즉 담마(dhamma)를 활용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빤디따가 일상에서 본 것을 수행 방편으로 활용했던 점을 눈여겨보자. 빤디따가 목격했던 것처럼 자신들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라. 소납의 경우라면 전혀 그러하지 못했을 거다.
또 <화엄경>에 이런 내용이 전한다. “올라가는 길을 볼 때는 ‘드높은 경지에 올라 3계(三界)를 초월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갖고, 내려가는 길을 볼 때는 ‘진리의 매우 깊숙한 곳까지 이르러야겠다’라는 마음을 지니며, 가시밭길을 볼 때는 ‘탐·진·치 삼독의 가시를 빼내어 상처 입은 마음을 갖지 않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부드러운 과일을 볼 때는 ‘정도를 닦아 최고의 결과를 이루어야겠다’는 서원을 세워야 한다.” 경에서 전하는 것처럼, 어떤 것을 보더라도 수행과 연관시켜 업그레이드하는 것, 바로 이 관점과 견해가 선근을 키우는 일이라고 본다.
이렇게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을 통해 공부하는 방편으로 삼는 것도 수행자의 자세라고 본다. 실은 사람이 살아가는 그 자체가 불법인 것이요, 인생을 떠나 불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간의 모든 법이 불사(佛事)요, 불행(佛行)이라고 한다. <법화경>에 “일체의 생산을 위한 작업이 모두 실상(實相)과 서로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뜻이 바로 이와 같다고 본다. 곧 세간의 삶이 깨달음의 연원이 되는 것이요, 일상의 삶을 떠나서는 수행의 완성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데서 연원해 대승불교 경전에서는 세속의 삶이나 수행자의 삶이 불이(不二)요, 일체법(一切法)이 불법(佛法)이라고 한다. 그러니 현 삶 자체가 수행길이건만 어찌 이 현실을 떠나 멀리서 깨달음을 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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