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구로 깨달아야 잊지 않아
佛法을 분별하려 하면 공부와 멀어져
본문: 본분종사는 활구(活句)를 참구했지 사구(死句)를 참구하진 않았다. 활구에서 깨달으면 영겁토록 잊어버리지 않겠지만, 사구에서 깨치면 자신마저도 구제하지 못하리라.
해설: 눈 밝은 선지식은 학인으로 하여금 근본에 대해 의심케 함으로써, 깨달음의 길을 제시했다. 그 의심이 간절해져서 활구가 되면, 의심하려고 하지 않아도 의심이 깊어진다. 활구란 의심이 사무치게 각인된 것이어서, 들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지고 놓으려고 해도 놓아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공안을 이치적으로 탐구하면 의심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죽은 화두’인 사구가 된다. 학인이 정말로 근본문제를 몰라서 궁금하다면, 마치 철벽에 막힌 것처럼 답답해진다. 이때 물러서지 말고 철벽을 뚫으려고 최선을 다하면 활구가 되지만, 꾀를 내어 이치로 헤아리면 사구가 된다. 즉 사구란 근본문제를 실제로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양만 흉내 내는 것이다. 사구는 힘이 없어서 당연히 지속되지 않고, 따라서 조사관을 뚫을 수가 없다. 그러다 용을 쓰면 상기만 오르거나, 아니면 마치 사탕 빨듯이 화두를 입에 문 채, 그저 밋밋하게 시간만 보내게 되는 것이다.
본문: 불조의 스승이 되고자 하거든 활구만을 분명히 취해야 한다. 소양(韶陽, 운문)스님은 한마디 꺼냈다 하면 마치 날카로운 칼로 자르는 것과도 같았다. 또 임제(臨濟)스님도 “취모검(吹毛劍)을 쓰고 나서 얼른 갈아두어라” 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5음 18계(五陰十八界) 가운데의 일이랴. 세간의 지혜와 총명함으로는 전혀 미칠 수가 없다.
해설: 본분작가는 누가 묻기만 하면 한마디로 정곡을 콱 찔렀다. 그 말에 바로 깨치면 언하대오 하는 것이고, 아니면 꽉 막혀서 의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공부에 뜻을 둔 학인이라면 평소에 늘 그 일에 착안하여 의심하고 있을 것이며, 그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선지식의 한 마디에 기연이 열릴 수가 있다.
명안종사라면 모름지기 사람을 가려서 취모검을 뽑았지, 아무에게나 검을 쓰지 않았다. 취모검을 뽑아 세간의 지혜와 총명함을 한 칼에 베어버려야 할 것인데, 오히려 불법을 분별심으로 헤아린다면 그런 사람은 이 공부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본문: 밑바닥까지 깊이 사무쳐서 이제껏 남에 의지해 일으켰던, 밝고 어둡고 맞고 거슬리고 하는 알음알이를 모두 떨어버려, 금강정인(金剛正印)으로 도장을 찍고 금강왕보검(金剛王寶劍)을 휘둘러 본분의 수단을 사용했던 것이다.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데는 반드시 살인도(殺人刀)라야 하며 사람을 살리는 데는 꼭 활인검(活人劍)이라야 한다고 하였다.
해설: 근본실상이 드러나면 모든 번뇌 망상과 어리석음을 일거에 끊어버리기 때문에, 임제스님은 그것을 금강왕의 보검이라고 했다. 반야는 사량 분별하는 중생심을 죽이기 때문에 살인도라고 했고, 허망함을 지혜로움으로 바꾸기 때문에 활인검이라고 했다.
어둠을 밝음으로 전환하는 반야의 힘을 칼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본분종사는 그런 살활(殺活) 자재하는 위신력을 지니고서, 인연 따라 많은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제도한다.
본문: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야 하며,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한 쪽만 한다면 치우치게 된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손을 쓰려면 반드시 방편을 살펴보아 칼끝을 상하게 하거나 손을 다치지 않게 해야만 한다.
해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분별심에 빠져있는 학인의 번뇌 망상을 끊어준다는 것이며,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전도몽상에서 깨어나 본래면목을 자각케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 수단을 베풀 때는 학인의 상황과 근기를 살펴 정확한 방편을 제시해야 한다. 반야의 보검을 쓸 때는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진정환 참회란 무상을 관하라 (0) | 2014.06.15 |
---|---|
[스크랩] 법화 삼부경 (0) | 2014.06.15 |
[스크랩] 의심은 확신하지 못하면 완전하지 않는다 (0) | 2014.06.09 |
[스크랩] 일체 세간법이 다 불법 (0) | 2014.06.09 |
[스크랩] 나’ 생각 관찰하면 관념 깨져 (0) | 2014.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