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들아, 나는 오조 홍인화상의 회하에서 한 번 듣자 그 말끝에 크게 깨쳐 진여의 본성을 단박에 보았느니라. 그래서 이 가르침의 법을 뒷세상에 유행시켜 도를 배우는 이로 하여금 보리를 단박 깨쳐서 각기 스스로 마음을 보아 자성을 단박 깨치게 하는 것이다.”
육조 스님은 언하대오(言下大悟), 말끝에 단박에 깨쳤다. 이것이 바로 남종 돈오선이다. 육조의 돈오선은 단박에 인기를 끌어 손자뻘인 마조스님에 이르러 강호를 제패하게 되고 우리나라 도의조사와 구산선문 조계종, 그리고 현대의 스티브 잡스, 이나모리 가즈오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선(禪)은 돈오, 단박 깨침이다. 선은 점점 깨치거나 닦아서 깨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직지(直指)라 하고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라 한다. 그런데 조사들만 돈오한 것이 아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께서도 새벽 별을 보고 깨쳤다고 하신다. 돈오다. 부처님이 깨친 뒤 초전법륜에서 고행하던 다섯 수행자에게 바른 깨달음인 중도와 팔정도를 일러주자 콘단냐(교진여) 등이 차례로 언하대오 한다. 이것은 남전 율장인 <마하박가> ‘초전법륜’에 기록되어 전한다.
평생 죽도록 수행하여도 못 깨친 분이 수도 없이 많은데 어떻게 단박 깨친단 말인가? 이런 의문은 누구나 가진다. 특히 선의 돈오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다. 돈오를 세상에 천명한 혜능대사 같은 경우 문자도 몰랐고 경전 본 기록도 없이 출가해서 8개월 동안 행자로 오직 방아 찧은 기록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단박에 깨쳤을까?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혜능대사는 출가 전에 홀어머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고, 또 <금강경> 구절을 듣고는 부처가 되고자 발심하여 고향에서 한 달 이상 걸어서 오조사로 출가했고, 또 방앗간에서 일심으로 봉사한 것이 그대로 수행이 되어 오조대사가 <금강경>을 일러주자 언하대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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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혜가대사도 돈오하기 전에 엄청난 정진이 있었다. 그런 정진 끝에 선지식을 찾아가 법문을 듣고 돈오한 것이다. 부처님 이후 가장 먼저 깨친 다섯 비구도 당대에 대표적인 고행 수행자들이었다. 만약 그런 고행만을 계속했다면 깨칠 수가 없었을 것이나 부처님의 중도법문을 듣고 돈오한 것이다. 자신이 본래 부처라는 바른 믿음과 부처가 되려는 발심으로 선지식에 의지하여 정진을 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깨친다.
그렇다면, 선에서는 돈오 직전에 치열한 수행 정진은 어떻게 보는가? 그것은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본래 성불해 있는데, 단지 미망에 가려 중생이란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본래 부처가 착각에 빠져 아무리 수행을 많이 오래 하더라도 그것은 꿈속 일이니 허구이고 사실이 아니다.
꿈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실에선 허깨비 같이 허망한 일이니 오직 꿈을 깨야 사실이고 현실이다. 우리는 본래 부처다. 일체 중생이 부처님처럼 모든 지혜와 복덕을 다 갖추고 있다. 단지 부처가 중생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을 뿐이니, 단박 깨쳐 본래 부처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생과 부처 사이에는 어떤 차별도 없다. 오직 직지, 돈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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