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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이야기

[스크랩] 부처님 발우 이야기

어떤 것을 받고, 어떤 것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네 개 가질 수도 없어 모두 받아 하나로 포개니…

상인 두 사람이 수레 500대에 물건을 가득 싣고 우루벨라 마을 근처 숲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무거운 수레도 거뜬하게 끌고 가던 소 두 마리가 갑자기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뒤따르던 500마리 소도 멈춰 섰습니다. 상인들은 당황했습니다. 우발라 꽃줄기를 휘두르며 재촉했지만 소는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그 뿐인가요? 수레 가득 싣고 있던 물건들이 저절로 떨어지고 깨지고….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상인들은 세상이 무너지려는가 싶어 겁에 질렸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숲의 신이 슬그머니 소를 붙잡아두었기 때문입니다. 숲의 신은 상인 두 사람이 자신에게 다급하게 구원을 요청하기를 바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놀란 상인들은 숲의 신에게 빌었습니다.

“제발 저희가 무사히 이 숲을 빠져 나가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숲의 신이 모습을 드러내고서 이렇게 일렀습니다.

“상인들이여, 두려워 마시오. 겁먹을 일은 없소. 지금 이 숲에는 부처님께서 막 깨달음을 이루신 뒤에 머물고 계시오. 그런데 성불하신 지 49일이 지나도록 아직 음식을 들지 못하고 계시오. 그대들이 보릿가루와 우유와 꿀 경단을 올리는 것이 어떻겠소? 세상에서 가장 먼저 정등각자에게 음식을 올린 공덕으로 그대들은 크나큰 이익을 얻을 것이오.”

그랬습니다. 굶고 계신 부처님을 보다 못해 숲의 신이 상인들을 그렇게 유도한 거였지요. 그리하여 상인 두 사람은 각각 보릿가루와 우유, 꿀 경단을 가지고서 부처님에게 나아갔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를 위하여 이 청정한 음식을 받아주십시오.”

가만히 음식을 바라보시던 부처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손으로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그릇에 음식을 받으셨는데 내게는 지금 발우가 없다.’

이런 부처님의 마음을 읽었는지 사천왕이 사방에서 금 발우를 하나씩 들고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출가한 사람에게 금 발우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이 묵묵히 받지 않자 그들은 은 발우를 내밀었고, 파리(頗梨), 유리, 붉은 진주, 마노, 차거로 만든 발우를 부처님께 올렸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일곱 가지 보석으로 만든 발우를 받지 않으시자 북방을 관장하는 비사문왕이 문득 오래 전 일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옛날에 있던 일을 생각해보니, 푸른빛을 띤 하늘들이 돌 발우 네 개를 우리에게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비로자나라는 천신이 돌 발우를 받되 거기에 음식을 담아 먹지 말고 탑처럼 공양하라며 일러주었지. 왜냐하면 장차 석가모니라는 여래 한 분이 세상에 나오실 텐데 그때 이 발우 네 개를 올려야 한다면서 말이야.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그러자 사천왕이 부랴부랴 천상으로 올라가서 각자의 궁전에 곱게 모셔둔 돌 발우를 들고 내려왔습니다. 감청색이 감도는 발우 속에는 하늘에서만 피는 꽃을 가득 담고, 향긋한 향을 바른 뒤, 하늘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네 명의 천신들이 돌 발우를 가지고 석가모니 부처님 앞으로 내려와서 공손히 내밀었습니다.

“저희를 가엾게 여겨서 부디 받아주소서.”

그러자 부처님은 또 생각하셨습니다.

‘발우 네 개 가운데 어떤 것을 받고 어떤 것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나 한 사람이 발우 네 개를 갖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러니 발우 네 개를 모두 받아서 하나로 만들리라.’

그리하여 발우 네 개를 받으신 뒤에 차례로 포개서 왼손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누르시니 네 개의 발우는 하나로 합쳐졌고, 바깥으로는 테두리가 네 개 생겼습니다. 부처님의 발우는 감청색의 돌발우로써 사천왕이 올린 것이며, 이 발우에 최초로 음식을 올린 상인 두 사람은 타풋사와 발리카였습니다. <불본행집경> 제32권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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