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세상 밝히는 진리의 빛 상징
온세상 자비광명으로 충만하길 발원
정성으로 켠 ‘빈자일등’ 이야기 유명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진흙탕 같은 중생계에 나투신 부처님을 찬탄하는 마음을 비롯해 가족의 건강, 자녀의 입시, 사랑과 우정 등 저마다의 간절함으로 가득 채워진 연등 불빛 물결이 온 세상을 환히 밝히며 넘실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부처님오신날 다는 연등을 연꽃등인 연등(蓮燈)과 연관 지어 생각하기도 하는데 연등은 ‘연꽃 연(蓮)’이 아닌 ‘탈 연(燃)’ 자를 쓴다. 본래 연등은 연꽃 모양을 의미하는 등이 아니라 불을 밝힘으로써 어리석음과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등불을 켜는 것은 우리네 마음에 있는 어둠이 부처님 지혜처럼 밝아지고, 따뜻한 마음이 불빛처럼 곳곳에 퍼져나가 온 세상이 자비와 지혜로 충만토록 하자는 발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연등과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말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이다. <현우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코살라국에 난다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부처님을 위해 등불공양을 올리고 싶었지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이 여인은 하루 종일 구걸을 해 동전 한 푼을 얻었다. 여인은 그것으로 등과 기름을 사 등불을 밝혔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이 밝힌 등불이 하나 둘 꺼져 가는데 여인의 등불만은 꺼질 줄 몰랐다. 부처님 제자 아난이 등불을 끄려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그 등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이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여인은 이 공덕으로 앞으로 30겁 뒤에 성불해 수미등광여래가 되리라.”
부처님께서는 어두운 세계에 반야지혜와 같은 등불로 오셨다.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달아 세상을 밝히는 것은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신분의 귀천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에 의해 깨달은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내 마음과 같이 세상을 밝히고자 함이다. 보잘 것 없더라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밝힌 등불 하나는 화려한 등불 만개를 이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