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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이야기

[스크랩]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는 것이 참다는 지혜이다

부처님은 참으로 점잖은 분이셨습니다. 가볍게 뛰어다니거나 온몸을 흔들거나 웃음소리를 크게 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가령 뒤 돌아볼 일이 있어도 여느 사람들처럼 고개만 획 돌려서 보지 않습니다. 온몸을 천천히 돌려 뒤쪽의 대상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이런 행동거지를 “코끼리처럼 뒤돌아본다”라고 합니다. 부처님의 이런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평생 그 점잖고도 품위로 넘쳐나는 위의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지 백 년 뒤, 우파국(優波?, 우파굽타)이라는 육신통을 얻은 아라한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도사(導師)로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한편, 그 시절에 나이가 120세인 비구니 스님이 있었는데, 젊었을 때 석가모니 부처님을 친견한 적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파국 스님이 제자를 보내 알렸습니다. “일간 찾아뵙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용모에 대해서 여쭙고자 합니다.” 그 제자의 전언을 들은 비구니 스님은 약속한 시간이 되자 발우에 참기름을 가득 부어 방문 바로 아래에 두었습니다. 우파국 스님이 과연 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얼마나 세심하게 행동거지에 마음을 쓰는지 시험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우파국 스님이 찾아와서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스님답게 아주 천천히 열었지만 발우에 가득 채워진 참기름 몇 방울이 그만 흘러넘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시험당하고 있는 줄 모르는 우파국 스님은 그대로 비구니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부처님을 친견하신 적이 있지요? 그 용모가 어떠셨는지 들려주십시오.”

산책마음은 걸핏하면 사방으로 흩어져

행동 하나에도 정신을 집중해야

비구니 스님이 답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부처님께서 우리 동네에 오셨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부처님을 뵙겠다고 몰려나갔습니다. 나도 그들 뒤를 좇아가 빛나는 부처님을 친견하고 허리를 굽혀 절을 올렸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내 머리에 꽂은 금비녀가 그만 미끄러져 내려 캄캄한 수풀 어딘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광명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때 비구니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비구들의 행동거지는 어땠습니까?” “그 시절 언제나 말썽을 피우던 여섯 명의 비구(六群比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섯 비구들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기름을 쏟지는 않았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폐악했어도 그 행동거지의 예법에는 법도를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육신통을 얻은 아라한인 그대는 그만 못합니다.” 이 말을 들은 우파국 스님은 몹시 부끄러워졌습니다.(<대지도론> 제10권)

<대지도론>에서는 수행하는 이에게 “지극한 마음(一心)으로 공경하고 삼가라”고 당부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인간 내면의 번뇌와 바깥세상의 번뇌, 자신을 어지럽히고 게으르게 만드는 요인들, 예전에 지은 악업들은 모두 나를 해치려고 틈을 노리는 도적이니, 산다는 것은 도적들을 가까이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늘 지극한 마음으로 (삼보를) 공경하고 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도적에게 그 자리에서 잡히고 만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사람의 마음이란 걸핏하면 천지사방으로 흩어지고 내달리고 치달리는 까닭에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야생마 같은 마음을 거두어 정신집중 즉 선(禪)을 잘 할 수 있으면 문득 진실한 지혜를 얻을 것이요, 진실한 지혜를 얻으면 문득 해탈을 얻고, 해탈을 얻으면 문득 괴로움을 모두 없애게 되기 때문에 마음을 지극하게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지도론>에서는 단적으로 말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는 것은 모든 공덕의 첫 번째 문이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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