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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스크랩] 겨울나무는 훌륭한 스승이다

갈수록 추워지는 날들이다. 엄동설한의 벌거벗은 나무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스승이다. 댓바람을 맞으며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가르쳐주고 자족과 배려의 마음을 키우라 다독인다.

우주의 순환이치에 관한 옛 현자들의 독법인 오행(五行)은 계절에도 적용된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초목이 싹을 틔우고 볕이 따뜻해지는 봄은 목(木)의 기운이 커지는 때다. 여름의 불볕더위는 화(火)를 돋운다. 날씨가 서늘해지고 ‘금빛’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은 금(金)의 이미지에 걸맞다. 겨울에 수(水)의 이름을 부여한 건 만물을 꽁꽁 얼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계절 전체를 통틀어 토(土). 난서한랭(暖暑寒冷)이라는 다채롭고도 영원한 변화를 땅이 관리하고 조절한다는 뜻이다. 체로금풍(體露金風). 가을은 금이니, 금풍(金風)은 곧 가을바람이다. 잎이 전부 떨어지고 결국 나무의 몸통(體)이 ‘드러난다(露)’는 의미다.

조계종의 사상적 원류인 중국의 선종을 황금기로 이끈 운문선사의 일침이다. 댓바람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를 바라보며 제자가 아쉬워하자, 저것이 나무의 본래 모습이라며 괘념치 말라고 핀잔을 줬다. 여름이 아무리 뜨겁더라도 한때의 소란일 뿐이며, 아무리 크고 가혹한 번뇌라도 언젠가는 지나가게 마련이란 이치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겨울은 만물은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반면, 마음에 얼음처럼 단단한 힘을 실어준다.

지난해 여름 김제 금산사에서 시작한 ‘내비둬 콘서트’는 불교적인 색채를 가미한 음악토크쇼다. ‘스님과의 대화’란 코너를 통해 가난하고 각박한 삶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날 선승이 길을 가는데, 저 멀리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찾아가 보니 어떤 맹인이 힘겹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살려 달라 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살펴보니 맹인이 있는 곳은 나뭇가지를 놓아도 충분히 안전하게 발을 디딜 수 있는 자리였다. 그냥 손을 놓아도 괜찮다고 스님이 아무리 설득해도 그는 그 말을 믿지 않고 그저 살려달라고만 애걸복걸했다. 결국 힘이 빠진 맹인은 나뭇가지를 놓치고 말았는데, 스님의 말대로 땅바닥에 발이 곧장 닿았다. 머쓱해진 맹인은 태연히 자신의 길을 더듬어 갔다.

‘내비둬’는 ‘방하착(放下着)’이란 선사들의 가르침에서 따왔다. 남에게만 자꾸 내려놓으라 말고, 지금 당장 나의 고집스런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그렇게 위선과 편견을 벗어던지면 세상의 진실을 볼 수 있다.

출처 : 좋은세상함께만들기
글쓴이 : 수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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